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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5-7060(Print)
ISSN : 2288-7148(Onlin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Food Culture Vol.34 No.2 pp.112-128
DOI : https://doi.org/10.7318/KJFC/2019.34.2.112

Etymology of Kimchi: Philological Approach and Historical Perspective

Doo-Hyeon Paek*
Department of 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Doo-Hyeon Paek, Department of Korean Language and Literatur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80, Daehak-ro, Buk-gu, Daegu 41566, Republic of Korea Tel: +82-53-950-5107 Fax: +82-53-950-6106 E-mail: dhpaek@knu.ac.kr
April 12, 2019 April 18, 2019 April 18, 2019

Abstract


The history of modern Korean ‘kimchi’ can be traced through the history of the wordforms ‘dihi’ (디히), ‘dimchΛi’ (딤 ), and ‘thimchΛi’ (팀 ) in ancient Korean texts. As native Korean words, the ‘dihi’ word line (‘dihi’, ‘dii’, ‘jihi’, and ‘ji’) constitutes an old substratum. This word line coexisted with the ‘dimchΛi’ word line (dimchΛi, jimchΛi, and kim∫chi) from the Hanja ‘沈菜’. ‘Ji’, which is the last word variation of ‘dihi’, and is still used today as the unique form in several Korean dialects. In standard Korean, however, it only serves as a suffix to form the derivative names of various kimchi types. ‘DimchΛi’ is believed to have appeared around the 6th-7th centuries, when Silla began to master Chinese characters. Hence,‘dimchΛi’ reflects either the Archaic Chinese (上古音) or the Old Chinese (中古音) pronunciation of the Hanja, ‘沈 菜’. With the palatalization of the plosive alveolar [t], ‘dimchΛi’ changed to ‘jimchΛi’. The Yangban intellectuals’ rejection of the palatalization of the plosive velar [k] led to the hypercorrection of ‘jimchΛi’ into ‘kimchΛi’. It is precisely the hypercorrect ‘kimchΛe’ that gave the wordform ‘kim∫chi’, which has eventually become the standard and predominant form in today’s Korean language. Regarding ‘thimchΛe’, it reflects the Middle Chinese (Yuan Dynasty) pronunciation of the Hanja ‘沈菜’ and was used mainly in writing by Yangban intellectuals.



‘김치’의 어원 연구

백 두 현*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초록


    I. 서 론

    1. 연구 목적과 연구 방법

    한국인의 음식생활에서 김치가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한 것이어서 김치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구는 물론, 인문학과 사 회과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김치’의 어원에 대해서도 여러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다.1)

    ‘김치’라는 낱말의 근원이 한자어 ‘沈菜’에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2)

    ‘김치’의 근원이 한자어에 있으니 김치에 대한 어원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김치’의 어 원에 대한 여러 논의가 분분하여 면밀한 검토와 해석이 여 전히 필요하다. 이 글의 목적은 ‘김치’ 및 관련 어휘들의 생 성과 변화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행 연구를 검 토하여 몇 가지 주요 논점을 설정하고, 이 논점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2. 선행 연구 검토와 논점 설정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김치의 어원에 관한 선행 연구를 검토하여 학자들이 전개해 온 주요 논지를 정리 요약하기로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이미 이루어진 성과를 정리하고, 남은 문제점을 드러내어 본론에서 다룰 몇 가지 논점을 세울 것이 다. 이어서 본론에서 이 논점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김치의 어원에 관련된 선행 연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3)

    Lee(1967)은 ‘김치’의 어원에 대해 “이 말은 한자어 沈菜 의 音 ‘침채’의 前次語 ‘짐 KJFC-34-112_img1.gif’가 전설음의 후설음화(맛디-→ 맡기-, 더품→거품)로 ‘김치’가 된 것이니”라고 하였다. 이것 은 짧은 설명이지만 ‘짐 KJFC-34-112_img1.gif’에서 ‘김치’가 나왔다고 처음 언급 한 것이다.

    Ryu(1974)은 “김치는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김치’의 변화이다.”라 고 한 문장으로 언급했다. Ryu(1974)은 ‘(9) 딤 KJFC-34-112_img1.gif[沈菜: 김치]’ 항을 두고 이어서 설명하기를, “지금 말의 ‘김치’는 한자어 ‘딤 KJFC-34-112_img1.gif’에서 온 말로, 이조 초기에는 이를 ‘딤 KJFC-34-112_img1.gif’라 하였던 것인 데, 뒤에 구개음화로 ‘짐 KJFC-34-112_img1.gif’로 변하고, 다시 구개음화의 역유 추로 ‘김 KJFC-34-112_img2.gif→김치’로 변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짧은 기술 이지만 Ryu(1974)의 설명은 정곡을 짚었다.

    Lee(1984)는 ‘김치란 말의 유래’라는 제목 아래 ‘漬’, ‘菹’, ‘沈菜’, ‘沈藏’ 등 문헌 예와 그 뜻을 논하고, 한글로 표기한 ‘딤 KJFC-34-112_img1.gif’, ‘지’ 등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다. “고려시대에 김치무 리를 漬라 하였고, 漬는 “적실·물에 담글→지”이므로 역시 김치를라고 하는 漬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Lee(1984)는 티벳의 찻집에서 배추 절 인 것을라고 말했다는 이규태(조선일보)의 글을 인용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漬의 중국 발음 [thyh]가 독특하게 쓰 인 것이 아닌가”라고 짐작했다. 그는 ‘沈菜’란 한자어의 생 성을 고려시대로 보고, “소금을 뿌린 채소에다 몇 가지 향신 료를 섞어서 재움으로 채소의 수분이 빠져 나오고 채소 자 체는 소금물이 沈漬(침지)되는 형태이거나 동침이처럼 소금 물의 양이 많으면 마침내 침전되는 형태의 김치였을 것”이 고, “이것을 보고 우리가 개발한 이 김치무리의 하나에 沈菜 란 특유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는 또한 ‘김 장’의 유래를 태종실록에 나온 ‘沈藏庫’의 ‘沈藏’에서 온 것 이라 짐작했다.

    Choi(1987)4) ‘김치’의 원말을 한자 ‘沈菜’로 볼 수 있으 며, 이를 ‘팀 KJFC-34-112_img1.gif’라고 쓰다가 그 발음이 약화되어 발음하기 쉬 운 ‘딤 KJFC-34-112_img1.gif’가 되고, 이것이 다시 구개음화를 일으켜서 ‘짐 KJFC-34-112_img1.gif’ 가 되었으며, 치음 아래의 ‘ㆎ→ㅢ’ 변화로 ‘ KJFC-34-112_img1.gifKJFC-34-112_img2.gif’가 되어 ‘짐KJFC-34-112_img2.gif’로 되었고, 여기에 다시 역구개음화현상이 일어나서 ‘김 치’가 된 것이라 했다.5) 요약하면 ‘팀 KJFC-34-112_img1.gif→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짐치→ 김치’가 된다. Choi(1989)에도 ‘팀쟝(沈藏)→딤 장→짐장→김장’ 그리고 ‘팀 KJFC-34-112_img1.gif(沈菜)→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치 → 김치’라는 변화 과정을 특별한 설명 없이 제시해 놓았다.

    Lee(1987)은 김치가 한자어 ‘沈菜’에서 온 단어이며, ‘沈’ 자의 한자음을 따라서 ‘침 KJFC-34-112_img1.gif’라고 했고, ‘짐 KJFC-34-112_img2.gif’로 변한 후 역 유추하여 ‘김 KJFC-34-112_img1.gif’로 된 것이라 하였다. ‘沈菜→침 KJFC-34-112_img2.gif/짐KJFC-34-112_img1.gif → 짐 KJFC-34-112_img2.gif→김 KJFC-34-112_img2.gif→김치’라는 변화 과정을 세웠다.

    Lee(1991)은 ‘디히’가 본래부터 존재하였고, 15세기 이전 의 어느 시기에 ‘딤 KJFC-34-112_img1.gif’(沈菜)가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딤 KJFC-34-112_img1.gif’ 는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김 KJFC-34-112_img2.gif→김치’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고 보 았다. ‘디히’의 문증이 Dusieonhae (杜詩諺解) 이전으로 소급하는 것은 없으나 그 기원이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았 다. ‘딤 KJFC-34-112_img1.gif’도 16세기 초엽Hunmongjaheo (訓蒙字會)에 처음 보이지만 그 음이 옛스러운 점으로 보아 16세기보다 훨 씬 이전에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디히→지히→ 지’의 변화로 생겨난 ‘지’는 점차 독립성이 약화되어 주로 접 미사로 쓰이게 된 것이라 하였다. ‘디히’의 어원에 대해서는 확실한 말을 할 수가 없으나, ‘KJFC-34-112_img3.gif -’에서 파생된 명사이고, 이 ‘KJFC-34-112_img3.gif -’은 자동사 ‘디-’(落)의 사동형일 것이라 추정했다.

    Yoon(1991)은 “‘지’는 고대로부터의 김치이고, ‘침채’는 채 소 발달 이후의 분화 개발된 김치라고 생각할 수 없을는지?” 라고 하였다. ‘지’가 더 오래된 김치의 하나로 본 점이 관심 을 끈다.

    Cho(1994)은 ‘김치류 명칭의 유래’라는 항목에서 김치류를 중국의 옛 경서에서 ‘菹’라고 했고, ‘漬’는 한국에서 독특하 게 사용한 것이라 했다. ‘沈菜’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사용 된 용어였는데 이것은 아마 소금에 절인 채소류가 국물이 나 와 그 속에 잠기게 되는 김치 담그는 방법이 우리나라에만 있어서 이 한자어가 생겨난 것이라 했다.

    Lee(1998)은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의 변화 과정을 가장 자세히 밝힌 글이다.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김 KJFC-34-112_img2.gif→김치’ 및 ‘팀 KJFC-34-112_img1.gif→침 KJFC-34-112_img1.gif→침채’라는 변화 단계를 세우고, 문헌에서 우세하게 쓰이던 ‘침 KJFC-34-112_img1.gif’가 ‘김치’로 대치된 것은 “아마도 인위적인 노 력의 결과”라고 하였다(Lee 1998).

    Baek(1998)은 ‘디히’는 /ㅎ/이 약화, 탈락되면서 명사로서 의 독립성에 위협을 받게 되어 ‘딤 KJFC-34-112_img1.gif(沈菜)’가 ‘디히’를 대체 했다고 보았다. 이 ‘딤 KJFC-34-112_img1.gif’는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김 KJFC-34-112_img2.gif→김치’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디히’의 어근 ‘KJFC-34-112_img3.gif -’은 동사 ‘KJFC-34-112_img3.gif 다’(→ 다[製])와 동근어라 추정했다. 김치를 담그는 일 이 물건을 만드는 행위와 동일하다는 뜻에서 김치를 뜻하는 ‘지’를 ‘짓다[製·造]라는 동사와 관련시켰다.

    Lee(1999)에서도 ‘디히’는 김치를 가리킨 옛 단어로 보아 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Dusieonhae (杜詩諺解)의 예, 전라방언, 평안방언의 방언형을 들었다. 또한 Lee(1999) 은 ‘沈’의 우리나라 字音이 ‘팀’이었으므로 ‘팀 KJFC-34-112_img1.gif’가 ‘沈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팀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와 밀접히 연결되어 ‘침 KJFC-34-112_img1.gif’로 이어졌으나, ‘딤 KJFC-34-112_img1.gif’는 그렇지 못하여 ‘짐 KJFC-34-112_img1.gif’를 거쳐 마침내 ‘김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2.gif’ 에 도달한 것이라 하였다.

    Seo(2000)은 “김치는 딤 의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변한 말로, 조선 초기에는 이를 딤 라 하였던 것인데, 뒤에 구개 음화로 짐 로 변하고, 다시 구개음화의 역유추로 김 KJFC-34-112_img2.gif→ 김치로 변한 것이라.”라고 하였다.

    Kim(2001)는 몇몇 문헌의 ‘딤 KJFC-34-112_img1.gif’, ‘짐 KJFC-34-112_img1.gif’, ‘디히’ 등의 예 를 언급하면서 ‘김치’를 한자어 ‘沈菜’와 결부시킨 것은 근거 가 없다고 했다. ‘딤 KJFC-34-112_img1.gif’는 ‘디히’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디히’ 는 동사 ‘짓다’의 옛날말 ‘딧다’에서 ㅅ이 빠지면서 생긴 말 이라 했다. 동사 ‘짓다’와 관련된 ‘디/지’에 ㅁ이 붙고 여기 에 다시 단어 조성의 뒤붙이 ‘치/지’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 ‘딤 치/짐치’인데 이것을 음이 비슷한 한자로 적으면서 ‘딤 KJFC-34-112_img1.gif/짐 ’로 된 것이라 짐작했다.6)Jeong(2008)은 ‘沈菜’가 Joseonkwanyeokeo (朝鮮館譯語)Gyelimyusa (鷄林類事)에도 등장하지 않으므로 한글 창제 이전의 음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Jeong(2008)은 ‘딤 ·짐 KJFC-34-112_img1.gif’를 사용한 ‘딤 KJFC-34-112_img1.gif’ 계열 문 헌과 ‘팀 ·침 KJFC-34-112_img1.gif’를 사용한 ‘팀 KJFC-34-112_img1.gif’ 계열 문헌 두 가지로 나 누고, 두 계열 문헌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고 보았다. Hunmongjaheo (訓蒙字會),Sinjeungyuhap (新增類合), Guhwangchwalyo (救荒撮要),Doosikyeonghumbangeonhae (痘瘡經 驗方諺解) 등의 ‘딤 KJFC-34-112_img1.gif’ 계열 문헌은 어린이나 초보학습자를 위해 간행한 책이거나 아니면 일반 서민들이 쉽게 보게 하 기 위해 한글로 언해된 책들이다. 반면 ‘팀 KJFC-34-112_img1.gif’ 계열 문헌은 양반 지식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16세기 보통 백성들은 ‘딤 KJFC-34-112_img1.gif’가 어디서 온 말인지도 모르고 사용했고, 최세진, 유희 춘, 김육 등 양반 지식층은 ‘딤 KJFC-34-112_img1.gif’라는 말이 한자어 ‘沈菜’에 서 온 것을 알면서도 민간의 언어를 존중하여 ‘딤 KJFC-34-112_img1.gif’라고 표 기한 것이라 해석했다. Jeong(2008)은 ‘沈菜’를 ‘딤 KJFC-34-112_img1.gif’라고 발음한 것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沈’ 의 중국 주·진대 상고음이나 수·당대 중고음이 ‘딤’에 가 까웠고, 이 음을 수용한 이른 시기에 ‘沈菜’를 ‘딤 KJFC-34-112_img1.gif’로 수용 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딤 KJFC-34-112_img1.gif’가 굳어져 ‘沈’의 한자음이 ‘팀’으로 변한 후에도 ‘沈菜’를 여전히 ‘딤 KJFC-34-112_img1.gif’로 발음했을 것 이라고 보았다. 둘째는 우리말 ‘디히’의 ‘디’에 영향을 받아 ‘팀 KJFC-34-112_img1.gif’가 되지 못하고 ‘딤 KJFC-34-112_img1.gif’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Cho(2009)은 김치가 한자어 ‘沈菜’(內訓 3:3)에서 온 말로 보는 것이 정설이며, 중세국어에 ‘沈菜’와 같은 의미의 고유 어로 ‘디히’가 쓰였다고 하였다. ‘디히’의 어원은 Lee(1991) 의 견해를 따르고 있으며, ‘디히’는 구개음화를 겪어 ‘지히’ 로 변한 다음 ㅎ탈락에 의해 ‘지이’로 변하고, 이것이 줄어 들어 ‘지’로 되거나, 제2음절의 ㅎ이 탈락하여 ‘디이’로 변한 다음, 구개음화에 의해 ‘지이’로 되고 다시 이것이 축약되어 ‘지’로 된 것이라 했다. 16세기 문헌에 나타나는 ‘팀 KJFC-34-112_img1.gif’와 ‘딤 KJFC-34-112_img1.gif’ 중 ‘팀 KJFC-34-112_img1.gif’가 16세기의 현실 한자음을 반영한 것이라면, ‘딤 KJFC-34-112_img1.gif’는 그보다 앞선 시기의 한자음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 한 Lee(1991)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

    Jeong et al.(2010)은 ‘김치’의 어원이 한자어 ‘沈菜’에 있 는 것이 아니라 고유어로 존재한 ‘딤 KJFC-34-112_img1.gif’라고 주장했다. 이들 은 동일한 관점을 ‘고쵸’에도 적용하여 ‘고쵸’의 어원은 한자 어 ‘苦椒’가 아니라 우리말 ‘고쵸’라고 주장하였다. ‘딤 KJFC-34-112_img1.gif’와 ‘고쵸’가 한자어에서 온 것이 아니라 원래 고유한 우리말이 라고 본 것이다. 이들은 선행 연구자의 설을 일일이 비판한 후7)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선행 연구에 대한 비판만 있고 그들의 주장, 즉 ‘딤 KJFC-34-112_img1.gif’가 왜 한자어 ‘沈菜’와 무관한 것인지에 대한 논증은 없다. ‘딤 KJFC-34-112_img1.gif’와 ‘고쵸’는 그냥 우리말 이라는 주장밖에 없다. ‘딤 KJFC-34-112_img1.gif’가 ‘沈菜’의 고대 한자음에 부 응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딤 KJFC-34-112_img1.gif’를 고유어라고 주장한 것 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Kang(2012)은 중국의 고문헌 자료, 각종 말뭉치 검색 사이 트, 중국 방언 자료 등을 모두 검토한 결과 고대에서 현대까 지 중국어에는 ‘沈’을 채소 절임 가공의 뜻으로 쓴 예가 없 음을 논증했다. 이를 근거로 ‘沈菜’, ‘沈藏’이란 한자어가 우 리나라에서 기원된 것이라고 보았다. Kang(2012)은 ‘沈藏’, ‘沈菜’, ‘菹’, ‘沈菹’이 조선시대 고문헌에 나타난 용례를 논 하고, ‘딤 KJFC-34-112_img1.gif’, ‘팀 KJFC-34-112_img1.gif’, ‘김치’의 관련성을 국어학자의 선행 연 구를 활용하여 적절히 설명해 놓았다.

    Park(2013)은 ‘김치’라는 음식을 표기하기 위해 ‘沈菜’라는 한자어가 사용되었다고 하고, ‘沈菜’라는 한자어가 조선 중 기 이후의 문헌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를 ‘沈菜’가 유교 제례 음식으로 기능한 데에서 찾았다.8)

    위의 여러 선행 연구 중에서 ‘김치 관련 어형의 국어사적 변화를 논한 것’으로서 연구 시기상의 ‘독창성과 설명적 타 당성’을 갖춘 견해는 Ryu(1974, 1975), Lee(1991, 1999), Lee(1998), Jeong(2008)의 학설이다. 중국의 고문헌 자료에 ‘沈 菜’가 전혀 없음을 확정한 Kang(2012) 역시 주목에 값하는 성과이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을 통해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이 확정된 사실은 다음 몇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 ①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의 기원은 한자어 ‘沈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 ② ‘딤 KJFC-34-112_img1.gif’는 ‘팀 KJFC-34-112_img1.gif’보다 더 오래된 낱말로 ‘沈’의 음이 ‘팀’ 으로 변하기 이전 시기의 중국 상고음 혹은 중고음 시 기의 한자음을 반영한 것이다.

    • ③ ‘디히’는 김치를 뜻하는 고유어로 중세국어에 존재하였 다. ‘디히’에 ㄷ구개음화와 ㅎ탈락, 음절단축 변화가 적 용되어 ‘디히→지히→지이→지’라는 변화가 일어났 고, 여기서 나온 ‘지’는 지역 방언 및 김치 관련 명사 들(지, 장앗지, 짠지 등)에 남아 있다.

    • ④ ‘딤 KJFC-34-112_img1.gif’에 ㄷ구개음화, 이중모음의 단모음화, ㄱ구개음화 에 대한 과도교정 등의 변화가 적용되어 ‘김치’가 생 성되었다.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 지 점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

    • 1)KJFC-34-112_img1.gif’보다 고형인 ‘딤 KJFC-34-112_img1.gif’에는 어떤 역사성이 함축되어 있는가?

    • 2) ‘딤 KJFC-34-112_img1.gif’가 현대국어의 ‘김치’로 변화한 과정과 동기는 무 엇이며, ‘김장’은 이것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

    • 3) ‘지히’와 ‘딤 KJFC-34-112_img1.gif’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4) 고문헌에 김치류 한자어들이 어떻게 나타나 있고, 김치를 뜻하는 우리말 어휘가 고대국어 시기에 존재하였을까?

    선행 연구를 디딤돌로 삼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II. 본 론

    1. ‘디히’와 ‘딤 KJFC-34-112_img1.gif’의 역사성

    1) ‘디히’의 변화

    ‘김치’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일찍부터 존재했던 낱말이 ‘디 히’이다. ‘디히’가 가장 먼저 나오는 문헌은 Lee(1991)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Doosieonhae (杜詩諺解) 초간본(1481 년)의 ‘겨 KJFC-34-112_img4.gif디히’(冬菹)(3권 50)이다. ‘디히’가 두시언해 이전 자료에서 문증되지 않지만 이 단어의 연조는 무척 오 래되었다(Lee 1991). 15세기 문헌에 ‘디히’가 출현하고 그 이후의 여러 문헌에 ‘디히’와 그 변화형이 쓰였다. ‘디히’와 그 변화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디히]

    • KJFC-34-112_img4.gif디히(冬菹) <두시언해(초간), 3:50b (1481년)>

    • 쟝앳디히(醬瓜兒) <번역박통사, 55b (1517년)>

    • 외디히 (苽葅) <창진방촬요, 62b (1517년)>

    • 외디히 <언해두창집요, 下:42a (1608년)>

    • 즙디히(汁醬) <주방문, 17b (18세기 초엽)>

    • 디히 <주방문, 24b (18세기 초엽)>

    • 즙디히 <주식방문9)

    • 유와공본, 2b, 3a, 3b, 5a (18세기)> (5회 출현)

    • 과동 외디히법 <주식방문 유와공본, 1a (18세기)> (5회 출현)

    • KJFC-34-112_img5.gif디히법.ㅤ 디히 외 <주식방문 유와공본, 5b (18세기)>

    [디이]

    • 쟝앗디이 <동문유해, 下4 (1748년)>

    • 甕菜 디이 <유희 물명고10), 126>

    [지히]

    • 약지히 藥沈菜 <주방문, 23a (18세기 초엽)>

    • KJFC-34-112_img6.gif든 지히 <음식디미방, 5b (1670년경)>

    • KJFC-34-112_img7.gif치지히. 외지히 <음식디미방, 6a (1670년경)>

    • 가지약지히법 <음식보, 9a (18세기 초엽)>

    • 즙지히 <주식시의, 29a (19세기)>

    • 가지지히 <주식방문 유와공본, 17b (18세기)>

    [지이]

    • 쟝앗지이 <한청문감, 12, 41 (18세기 말엽)>

    • 믈외지이 <주식방문 유와공본, 17a (18세기)>

    [지]

    • 醬瓜子 외쟝앗지 <광재물보, 飮食, 3a (19세기)>

    • 외지 苽 <국한회어, 222 (1895년)>

    • KJFC-34-112_img8.gif지 醎菜 <국한회어, 254 (1895년)>

    위 예를 통해서 ‘디히’의 변화 과정을 ‘디히→지히→지이 →지’로 요약할 수 있다. 유희의Mulmyeonggo (物名攷) 에 유일하게 기록된 ‘디이’는 ‘디히’에서 모음 사이의 ㅎ이 탈락한 것이다. ‘디히→디이’는 ‘지히→지이’와 같은 성격 의 음운변화이다. 보수적 고형인 ‘디히’가 18세기의 음식조 리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용되었음을 위 예들에서 확인 할 수 있다.

    Lee(1991)은 ‘디히’가 이미 존재했음에 ‘딤 KJFC-34-112_img1.gif’가 생겨난 원 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디히’의 ㅎ이 약화 탈락되자 이 어형의 음상(音相)에 문제가 생겨나 하나의 명사로서 독립성 이 위협받게 되었고, 이런 때에 ‘딤 KJFC-34-112_img1.gif’(沈菜)가 등장하여 세 력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설명은 ‘디히’의 사용이 점 차 줄어들어 현대국어에서 ‘지’가 접미사처럼 쓰이는 현실(오 이지, 석박지 등)을 해석하는 데 적절하지만 여기에는 보완 설명이 더 필요하다.

    현대국어의 방언에서 ‘지’는 단독형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각종 방언조사 자료집을 기반으로 만든《한민족 언어 정보화 통합 검색 프로그램》의 ‘한국방언’ 메뉴에서 ‘김치’ 항을 검색하면 다수의 지역에서 독립 어형 ‘지’의 쓰임을 확 인할 수 있다.11) 현대국어의 ‘지’가 접미사로서 기능하는 것 만은 아니다.

    ‘디히→지히→지이→지’라는 변화 과정을 보면 단음절어 ‘‘지’가 나타난 시기는 19세기이다. 따라서 모음 간 ㅎ탈락과 음절 단축으로 하나의 독립 명사로서의 음상에 문제가 발생 한 시기는 19세기가 된다. 단축되지 않은 원래의 어형 ‘디 히’, ‘지히’, ‘지이’가 18세기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었 다. 위의 예시들은 ‘딤 KJFC-34-112_img1.gif’류 어형(짐 , 짐 KJFC-34-112_img2.gif등)과 ‘디히’류 어형(디이, 지히, 지이 등)이 적어도 18세기 말기까지 공존해 왔음을 잘 보여준다. ‘디히’와 그 변화형들은 김치를 뜻하는 고유어로서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사 용되었다. 최종 어형 ‘지’는 남부방언권에서 김치를 뜻하는 독립 어형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2) ‘딤 KJFC-34-112_img1.gif’의 생성과 역사성

    ‘팀 KJFC-34-112_img1.gif’는 ‘沈菜’의 16세기 한자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이고, ‘딤 KJFC-34-112_img1.gif’는 그보다 더 오랜 한자음을 반영한 것이다(Lee 1991). Jeong(2008)은 ‘沈’의 상고음과 중고음에 대한 성운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팀 KJFC-34-112_img1.gif’(沈菜)와 ‘딤 KJFC-34-112_img1.gif’의 연 관성을 고찰하였다. 한글로 표기된 문헌에서 ‘沈’자의 한자 음은 다음 세 가지로 나타난다.

    • 沈띰 水: KJFC-34-112_img9.gif香향 <석보상절, 13, 51b>

    • <석보상절, 19, 17a (1447년 간행 활자본)>

    • KJFC-34-112_img10.gif팀 <광주천자문, 31b> (1575년 간행 목판본)>

    • 길 침 沈 <왜어유해, 上10b (1781년 목판본.

    • (주해천자문 중간본 31b))>

    Seokbosangjeol (釋譜詳節)에 나온 ‘沈띰’은 동국정운식 한자음으로 표준 한자음(운서음, 즉 상고음 혹은 중고음)의 음가를 고려한 교정음(校正音)이다. ‘沈菜’를 표기한 고대 어 형 ‘딤 KJFC-34-112_img1.gif’의 ‘딤’은 상고음 혹은 중고음과 관련된 것이다.12) 수당 시대의 중고음은 대체로 7~8세기 장안음(長安音)을 기 준으로 하였다.13)

    여기서 우리는 한자어 ‘沈菜’와 이것의 가장 오래된 고음 인 ‘딤 KJFC-34-112_img1.gif’의 역사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 유한자어(한국 한자어)를 다룬 Kim(1979)은 ‘宮合, 脫喪, 三 亥酒, 打令, 龜船’ 등 다수의 한국 한자어를 정리하면서 ‘沈 菜’를 식품부에 넣었다.14) ‘沈菜’라는 한자어의15) 기원에 대 해 Lee(1991)은 “중국 문헌을 다 보지 못해 장담하기 어렵 지만 沈菜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인 듯하다.”라고 했다. Kang(2012)은 방대한 중국 고문헌을 검색한 결과 ‘沈’ 을 채소 절임의 뜻으로 쓴 중국 문헌의 용례가 없음을 증명 하였다.16)

    이러한 사실로 볼 때 ‘沈菜’라는 한자어가 고대(삼국시대 즈음)의 한반도에서 만들어졌음은 확실한 것이다.17) ‘沈菜’를 표기한 ‘딤 KJFC-34-112_img1.gif’가 중국 한자음의 상고음 또는 중고음을 반영 한 점도 명백하다. 상고음 혹은 중고음을 반영한 ‘딤 KJFC-34-112_img1.gif’라는 발음형의 존재는 ‘沈菜’라는 한자어가 한반도 고유의 것으로 삼국시대 때 혹은 그 이전 시기에 이미 만들어져서 사용되 었음을 의미한다.18)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우리는 ‘沈菜’라 는 한자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사적 상황에 대해 더 자세 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고대의 한반도에서 전개 된 한문 능력(한자 및 한자음에 대한 이해 수준과 활용 능력) 과 직접 관련된다. ‘沈菜’(딤 )의 생성 시기를 파악하기 위 해서는 고대의 한반도에서 전개된 한자와 한자음의 수용 과 정을 검토해야 한다.

    Hwang(1999)는 기원전 3세기 말경 중국계 유망민의 한반 도 유입 인구가 수 만 명에 이를 정도로 집단화됨으로써 기 원전 300년 전후에 한자가 한반도에 전파되었음을 논증하였 다. 위만 조선이 고조선의 준왕(準王) 세력을 축출한 기원전 108년경에 고조선의 준왕과 그 측근 세력의 상당수가 남하 하여 한반도 남부 즉 삼한(三韓) 지역에 정착하였다.19) 기원 전 3세기부터 1세기경에 이루어진 중국 한족의 유입과 한사 군의 하나로 설치된 낙랑군의 영향으로 중국 상고음 계통의 한자음이 한자와 함께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이다.20) 낙랑이 고구려 미천왕에 의해 313년에 멸망하자 낙랑에서 문서행정 을 담당한 한족(漢族)의 일부가 한강 남쪽 지역으로 이주하 여 이들이 진한과 변한 지역에 한문을 전파했을 것이다.

    Lee(2001)는Samguksagi (三國史記)의 기록을 근거로 신라의 진덕왕 원년(647)부터 문무왕 20년(680)까지 신라가 중국과 접촉한 방법을 세 가지로 파악했다. 첫째는 사신과 숙위학생(宿衛學生)의 왕래, 둘째는 나당 연합군을 결성하여 백제 및 고구려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접촉, 셋째는 삼국통일 이후 백제와 고구려 구지(舊地)에 주둔한 당군과의 교류이다. 특히 둘째와 셋째 시기에는 다수의 피지 배층도 당군과 접촉하게 됨으로써 중국 문물이 ‘직접 차용’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일찍이 진시황제의 통일 전쟁으로 발생한 중국 유망민이 한반도로 유입되었고, 고조선이 멸망 하면서 설치된 낙랑군 중 한족이 남진하면서 한자를 포함한 중국 문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다. 이어서 신라가 삼국 통 일 전쟁을 할 때 당나라 군대가 대규모로 한반도에 주둔함 으로써 7세기 후기에는 한자 문화의 유입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21)

    Joo(2001)은 대구 무술오작비(578)의 ‘文作人’, 명활산성비 (551)의 ‘書寫人’, 남산신성비(591)의 ‘文尺(문척)’이란 직명 을 언급하며 6세기의 신라에 한문자 습득층이 있었다고 보 았다. 또한 신라 지명이 고유어식 표기가 주류를 이루다가 한문식 표기가 등장하였고, 고유어식 인명이 한자어로 변하 는 모습이 6세기에 나타나는 등 신라의 한문 능력이 6세기 경에 상당히 진보했다고 보았다. Song(2002)는 한자가 선사 시대 이래 한반도에 유입된 역사적 과정과 발전을 사료의 기 록과 각종 명문(銘文) 자료를 기반으로 체계화했다. 그는 고 구려에서는 4세기, 백제는 4~5세기, 신라는 5세기 중반, 가 야는 6세기에 銘文 자료가 등장함을 근거로 이때를 경계로 앞 시기는 문자사용의 여명기로, 그 이후를 문자사용의 개시 기로 설정했다. 6세기가 신라의 한자 사용에서 중요한 분기 점이었다고 본 것이다.

    한자와 한문의 유입에 관한 선행 연구에서 6세기에 신라 인의 한문 능력이 크게 발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沈菜’라는 한자어를 조어(造語)한 것은 적어도 6 세기 이후에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6세기 즈음에 한자 와 한문에 대한 지식이 심화되었고,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沈菜’와 같은 한자어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沈菜’의 한자어 구성을 분석해 보면 ‘沈’은 관형어이고 ‘菜’는 관형어의 꾸밈 을 받는 피수식 명사이다.22) 이러한 어법은 한문 어법과 일 치한다. 한문 어법에 맞는 ‘沈菜’라는 한자어가 한반도에서 조어(造語)된 것은 한자와 한문에 대한 이해력이 증가되었음 을 의미한다. 이 한자어를 발음하기 위해 조어 당시의 중국 한자음 지식을 이용하여 ‘沈菜’의 발음형 [*딤 KJFC-34-112_img1.gif]를 생성해 냈을 것이다. ‘沈’의 성모자(=초성자)가 중국 중고음 시기에 탁음(濁音) d였고 이것이 ‘딤 KJFC-34-112_img1.gif’의 ㄷ으로 반영된 것은 ‘沈菜 =딤 KJFC-34-112_img1.gif’의 성립이 적어도 7~8세기 혹은 그 이전에 이루어졌 음을 의미한다. 중국 고문헌에 ‘沈菜’가 전혀 나타나지 않음 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沈菜’는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한자어 임이 확실하다.

    3)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의 관계

    ‘딤 KJFC-34-112_img1.gif’가 ‘팀 KJFC-34-112_img1.gif’보다 더 오래된 고음이기 때문에 ‘팀 KJFC-34-112_img1.gif→ 딤 ’와 같은 변화 순서는 잘못된 것이다. 한국어 내의 음운 변화에 의해 ‘딤 KJFC-34-112_img1.gif’가 ‘팀 KJFC-34-112_img1.gif’로 변한 것은 아니다.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는 각각 다른 시기의 한자음이 우리말 표기에 반영된 결과이다. ‘沈菜’가 ‘팀 KJFC-34-112_img1.gif’로 표기된 변화형과 이 속에 담긴 역사성을 검토해 보자. ‘沈菜’를 ‘팀 KJFC-34-112_img1.gif’로 표기한 최초의 사 례는Sohakeonhae (小學諺解)(1588년, 도산서원본)이고,23)Eumsikdimibang (飮食知味方)에도 이 ‘팀 KJFC-34-112_img1.gif’가 사용되었 다. ‘沈菜’를 ‘팀 KJFC-34-112_img1.gif’로 표기한 것은 중국 한자음에서 일어난 ‘沈’의 음가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16세기 후기의 Gwangjucheonjamun (光州千字文)(1575)에 나타난 ‘沈’의 한자음 ‘팀’은 이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沈’은 반절로는 直深切(廣韻)이다. ‘沈’의 성모는 그 음가가 유성 치두음(齒頭音) [d]였다가, 元代의Jungwoneumwon (中原音韻)에서 무성 유기 치상음(無聲 有氣 齒上音) [t∫’]로 변했고,24) 명·청대 관화에서 [ch’]로 변하여 현대 북경관화 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16세기 한글 문헌에서 ‘沈’을 ‘팀’ 으로 표기한 것은 원대Jungwoneumwon (中原音韻)의 음 가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16세기 한글 문헌에 등장한 ‘팀 KJFC-34-112_img1.gif’는 元代의Jungwoneumwon (中原音韻) 단계의 음가를 반영한 것이 된다.25) 16세기의 어형 ‘팀 KJFC-34-112_img1.gif’가 ‘침채’로 변한 것은 ‘沈’의 음 ‘팀’이 ‘침’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국어 음운사에서 일어난 ㅌ→ㅊ 구개음화의 결과이다.26)

    그런데 개신형 ‘팀 KJFC-34-112_img1.gif’는 전통적 고형 ‘딤 KJFC-34-112_img1.gif’를 대체하지 못 하였다. Jeong(2008)에서 지적했듯이 ‘팀 KJFC-34-112_img1.gif’가 한자어 ‘沈菜’ 의 표기임을 인식한 지식인 학자층은 ‘팀 KJFC-34-112_img1.gif’를 사용했지만 일반 서민들은 전통적 어형 ‘딤 KJFC-34-112_img1.gif’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였다. 17세기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 여전히 ‘딤 KJFC-34-112_img1.gif’가 계속 쓰였음 은 이를 증명한다. 한자와 한문 지식을 갖춘 조선시대 양반 지식인층은 ‘딤 KJFC-34-112_img1.gif’가 한자어 ‘沈菜’와 연관된 것임을 인식하 고 ‘팀 KJFC-34-112_img1.gif’라는 개신형을 선택한 것이다. ‘팀 KJFC-34-112_img1.gif’에 ㄷ구개음화 가 적용된 ‘침 KJFC-34-112_img1.gif’ 어형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었다. ‘沈 菜’의 용례가 양반들의 문집에 주로 쓰였고, 오늘날 ‘침채’라 는 낱말이 제수용 음식으로 오르는 김치를 가리키는 명사로 쓰이고 있음은 이런 전통이 남은 결과이다.

    2.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의 변화

    여기서는 ‘딤 KJFC-34-112_img1.gif’가 ‘김치’에 이르는 변화의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언어학적 의미를 밝혀보기로 한다. 1)항에서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를 분리하여 다루어야 함을 말하고, 2)항과 3)항에서 ‘딤 KJFC-34-112_img1.gif’의 변화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어 논한다.

    1)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의 변화 과정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를 배경으로 한 것이지만 그 성격에 차이가 있다. ‘딤 KJFC-34-112_img1.gif’는 중국 상고음 혹은 중고음 을 배경으로 하였고, ‘팀 KJFC-34-112_img1.gif’는 元代의 근고음(近古音)을 반영 하였다. ‘팀 KJFC-34-112_img1.gif’는 ‘딤 KJFC-34-112_img1.gif’에서 변한 것이 아니고 그 역도 마찬 가지다. ‘팀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을 인식한 양반 지식인층에서 ‘딤 KJFC-34-112_img1.gif’를 버리고 새로운 개신 한자음을 수용한 신형이다. 16 세기의 양반 지식인층은 당시의 현실 발음이자 신형 발음인 ‘팀 KJFC-34-112_img1.gif’를 ‘沈菜’의 표기로 사용했다. 그러나 신형 ‘팀 KJFC-34-112_img1.gif’가 등 장하였지만 민간에서 오랫동안 쓰여 오던 ‘딤 KJFC-34-112_img1.gif’는 계속 사 용되었다. 16세기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 ‘팀 KJFC-34-112_img1.gif’와 ‘딤 KJFC-34-112_img1.gif’는 공존하였다.27)

    앞에서 언급했듯이 ‘팀 KJFC-34-112_img1.gif→ 딤 ’와 같은 변화 과정은 전 혀 옳지 않다.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의 변화 과정은 다음과 같이 각각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

    • 가) 딤KJFC-34-112_img1.gif →짐KJFC-34-112_img1.gif →짐KJFC-34-112_img2.gif →짐치→김치

    •      ① ② ③ ④

    • 나) 팀 KJFC-34-112_img1.gif→침 KJFC-34-112_img1.gif→침채

    •     ①’ ②’

    각 변화 단계 아래에 번호를 붙여 설명의 명료화를 도모 하였다.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로 변한 ①단계 변화의 핵심은 ㄷ→ㅈ 구개음화이다. 이 변화는 경상방언 및 전라방언을 반영한 문 헌에서는 이미 16세기 말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17세기 이후 문헌에서는 비교적 많이 출현한다. 그러나 ㄷ→ㅈ구개 음화가 서울방언을 반영한 문헌(서울 간행 문헌)에서는 18세 기 전기에 가서야 나타난다.28) ㄷ→ㅈ구개음화 실현의 시차 는 방언 간 차이가 컸다.

    ‘팀 KJFC-34-112_img1.gif→침 KJFC-34-112_img1.gif’ 변화 단계를 나타낸 ①’의 시기와 음운사적 의미는 앞의 ①과 같다. ‘짐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의 변화 단계를 나타낸 ②는 비어두에서 일어난 모음변화 ㆍ→ ㅡ가 적용된 것이다. ㄷ→ㅈ구개음화와 모음변화 ㆍ→ ㅡ의 발생순서는 딱 떨어 지게 말하기 어렵다. 서울방언을 기준으로 보면 후자가 앞선 것일 수도 있다.29) ③단계에 해당하는 ‘짐 KJFC-34-112_img2.gif→짐치’는 이중 모음 ㅢ→ㅣ라는 단모음화 과정을 나타낸 것인데 대체로 보 아 19세기 후기에 이 변화가 일반화된다.30)

    2) ‘딤 KJFC-34-112_img1.gif’에서 ‘짐치’까지

    위 가)에 나타나 있듯이 ‘딤 KJFC-34-112_img1.gif’가 ‘김치’에 이르는 과정에 는 ①, ②, ③, ④라는 중간 단계가 있다. 그 중 가장 의미 있는 단계는 ‘딤 KJFC-34-112_img1.gif’의 첫음절 초성 ㄷ이 ㅈ으로 변하는 단계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와 ‘짐 KJFC-34-112_img1.gif’의 첫음절 초성 ㅈ이 ㄱ으로 과도교정31) 된 단계(짐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1.gif)이다. 전자를 2)항에서, 후자를 다음 3) 항에서 각각 나누어 논한다.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치’를 보여 주는 문헌의 용례들은 다음과 같다.

    [딤 KJFC-34-112_img1.gif]

    • 葅 딤KJFC-34-112_img1.gif 조 醃菜爲葅 亦作菹 <훈몽자회 초간, 中11 (1527년)>

    • 菹 딤 져 <신증유합, 上30 (1576년)>

    • 쉰무우 딤 국 蕪菁 葅汁 <구황촬요벽온방, 5b (1638년)> (일사문고본)32)

    • KJFC-34-112_img1.gif<구황촬요벽온방, (1639년)>

    • KJFC-34-112_img1.gif<해주최씨음식법 붕어찜, 해주최씨(1591~1660)> 자손보전 수록

    • KJFC-34-112_img1.gif<주방문, 25a (1600년대 말엽)>

    • KJFC-34-112_img1.gif서 근 술 여 KJFC-34-112_img14.gif병 <을병연행록, 2 (1765년)>

    • KJFC-34-112_img1.gif국 <주식방문 유와공본, 3a (18세기)>

    • 즉금 KJFC-34-112_img15.gif외 딤 법 <주식방문 유와공본, 1a (18세기)>

    [짐 KJFC-34-112_img1.gif]

    • KJFC-34-112_img1.gif<현풍곽씨언간, (1610년경)> 4회 출현

    • KJFC-34-112_img1.gif(菹) <두창경험방언해33), 13a>

    • KJFC-34-112_img1.gif <악학습령, 257 (1713년)>

    • 갓짐 KJFC-34-112_img1.gif芥沈菜 <한불자전, 137 (1880년)>

    • KJFC-34-112_img1.gif양염 넛코 <춘향 철종, 下31b (19세기)>

    • KJFC-34-112_img1.gif <심청전(하버드대 소장본), 9a (1896년)>

    • KJFC-34-112_img1.gif <심청전(하버드대 소장본), 13a (1896년)>

    [짐 KJFC-34-112_img2.gif]

    • KJFC-34-112_img2.gif<청구영언, 40>

    [짐치]

    • 짐치 <시의전서, 4a> <심청전, 27a (1909년)>

    • 짐치장 <흥보전, 6a (1908년)>

    • 열무짐치 <춘향전, 52a (1918년)>

    [즘채]

    • 무우즘채 菁菹 <국한회어, 121 (1895년)>

    ‘딤 KJFC-34-112_img1.gif’에서 ㄷ→ㅈ구개음화를 실현한 가장 이른 예는 Hyeonpungkwakssieongan (현풍곽씨언간)이다. 모두 4회 출현한 ‘짐 KJFC-34-112_img1.gif’는 모두 곽주(郭澍)(1569~1617)가 부인에게 쓴 편지에 나온다. 이 예들은 경상방언에서 1610년 전후34)에는 ‘짐 KJFC-34-112_img1.gif’가 많이 쓰였음을 증언한다. 특히 양반층이 쓴 편지에 ‘짐 KJFC-34-112_img1.gif’가 자주 쓰인 점이 주목된다. 다른 어휘의 ㄷ→ㅈ구개 음화 현상을 고려할 때 같은 시기의 전라방언에서도 ‘짐 KJFC-34-112_img1.gif’ 가 사용되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ㄷ→ㅈ구개음화 적용 어형이 서울말에 수용되어 표준어 사정 때 채택되었지만 ‘짐치’는 예외였다. ‘짐치’를 과도교정한 ‘김치’라는 어형이 지식인층에서 선호되었고,35) 이 어형이 결국 표준어로 채택되자 ‘짐치’는 방언형으로 격 하되었다. 국어 음운사에서 일어난 일반적 변화로 보면 ‘짐 치’가 더 자연스러운 어형이다. 위 예의 맨 끝에 있는 ‘즘채’는 치찰음 뒤에서 일어난 전설모음화 ‘즈→지’ 변화의36) 과도교 정형이다.

    3) ‘딤 KJFC-34-112_img1.gif’가 ‘김치’로 변화한 과정과 동기

    단계 표현의 단순화를 위해서 위의 가)와 같이 나타냈지만 ‘딤 KJFC-34-112_img1.gif’가 ‘짐치’에 이르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더 세분할 수 있다.

    • 가)-1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짐치→김치

    •     ① ② ③ ④

    • 가)-2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2.gif→김치

    •     ① ② ③ ④

    최종 어형 ‘짐치’는 가)-1처럼 직전 어형 ‘짐치’에 바로 과 도교정(ㅈ을 ㄱ으로 고치는 것)이 적용되어 산출될 수도 있 고, 가)-2처럼 직전 어형 ‘짐 KJFC-34-112_img1.gif’에 과도교정이 적용될 수도 있다. ㅈ을 ㄱ으로 과도교정한 단계가 가)-1에서는 ④에 해 당하고, 가)-2에서는 ②에 해당하지만 음운론적 의미는 동일 하다. 후술할보덕공비망록온주법(蘊酒法) 등 여러 문헌에 나온 ‘김 KJFC-34-112_img1.gif’는 ‘짐 KJFC-34-112_img1.gif’에서 과도교정된 것이고, 20세기 초기에 사용된 ‘김치’는 ‘짐치’에서 과도교정된 것이다. ‘짐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1.gif’ 혹은 ‘짐치→김치’에 담긴 음운사적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이 음운 변화는 국어사적 특성과 사회언어학적 특 성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여기에 함축된 의미를 분석하면 ‘ 김치’의 생성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가)에 나타나듯이 ‘딤 KJFC-34-112_img1.gif’가 가장 오래된 고형이고, ‘김치’ 가 최근의 신형이다. ‘딤 KJFC-34-112_img1.gif’가 ‘김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비어두에서 모음변화 ㆍ→ ㅡ 및 ㅢ→ㅣ가 적용되었다. 그 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두 음절에서 일어 난 ㄷ→ㅈ→ㄱ 변화이다.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에서 일어난 ㄷ→ㅈ 변화는 남부방언에 비해 시기적으로 좀 늦기는 했지만 서울 방언에도 18세기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서울방언(특히 양반 지식인 계층)에 이 변화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저항이 발생했다. 원래 ㅈ이었던 것을 ㄱ→ㅈ 변화로 오인하여 ㄱ으 로 고친 것이다. 이런 현상을 과도교정, 오교정(誤校正), 잘 못돌이킴 등이라 칭한다. 원래의 ㅈ을 ㄷ으로 과도교정한 예 로 ‘됴 KJFC-34-112_img21.gif심’37)(역어유해 하 50b), ‘디달38)KJFC-34-112_img22.gif다’(絆了)(역어 유해 하, 34a) 등이 있다. 이러한 과도교정은 ㄱ→ㅈ구개음 화를 거부하고 원래의 발음형을 지키려는 언어 태도에서 나 온 것이다. 이런 언어 태도는 이른바 올바른 발음형을 고수 하려는 ‘정음 의식’(正音 意識)과 관련되어 있다. ㄱ→ㅈ 변 화를 거부하고 원래의 ㅈ을 ㄱ으로 과도교정한 예는 19세기 문헌에 다양하게 나타났다.

    ㄷ→ㅈ구개음화와 함께 전라방언과 경상방언(묶어서 남부 방언이라 부른다.)에서는 16세기 후기에 이미 ㄱ→ㅈ구개음 화가 발생하였다. 16세기 후기에 경상도 풍기땅 희방사에서 간행된 Childaemanbeop (七大萬法)(1568)에39) 쓰인 ‘듀 화’는 ‘규화’(葵花, 해바라기꽃)를 과도교정한 표기이다. 이 문헌의 ‘듀화’는 ‘규화→쥬화→듀화’의 변화 과정을 내포한 다. 당시의 문헌에 ‘쥬화’라는 어형이 문증되지 않지만 ‘쥬화’ 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듀화’가 나올 수 없다. 그리하여 ‘듀 화’라는 표기형은 16세기 후기의 경상방언에 ㄷ→ㅈ구개음 화와 ㄱ→ㅈ구개음화가 함께 존재하였음을 증명한다.40)

    Childaemanbeop (七大萬法)을 편찬한 당시의 승려 지 식인이 그 시기의 경상방언에서 실현된 ‘쥬화’라는 발음형을 ‘듀화’로 오교정하였다.41) ‘듀화’의 예를 자세히 설명한 까닭 은 ‘딤치→짐치→김치’라는42) 변화 과정과 동일한 원리가 내 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딤치’에 ㄷ→ㅈ구개음화가 적용되어 산출된 ‘짐치’의 어두 ㅈ을 ㄱ→ㅈ구개음화의 결과로 잘못 해석하여 이 ㅈ을 ㄱ으로 오교정한 것이 바로 ‘김치’이다.

    이러한 과도교정을 누가 언제 행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 한 답을 Choi(2009)의 연구를 참고하여 얻어낼 수 있다. 최 전승은 현대 경기도방언을 조사한 Kim(2001)에 근거하여 남 부방언에서 확산된 ㄱ→ㅈ구개음화 현상이 경기 지역의 중 류층 및 그 이하 계층의 일상 구어에서 어느 정도 수용되었 던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중류층의 격식체말에서 ㄱ구 개음화는 남부방언의 전형적 방언 표지(streotype)로 인식되 었고 이로 인해 원래 어형인 ‘질삼’을 ‘길삼’으로 과도교정했 다. 이것이 1936년에 정한사정한 조선어 표준어 모음에 들어가서 표준말로 굳어지게 되었다.Dongnipsinmun (獨 立新聞)에는 ㄱ구개음화의 과도교정형 ‘김치’와 ‘길삼’이 고 정적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졈잖-’에서 과도교정한 ‘겸잔-’ 과 ‘즐겁-’에서 과도교정한 ‘길겁-’이 원 어형보다 더 빈도 높 게 쓰였다.43)Kim(2001)의 방언 조사 자료와 위에서 인용한 최전승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방언의 일상 구어에서 ㄱ →ㅈ구개음화가 일부 수용되었으나 중류층 이상의 격식체 언 어에서 이 현상은 남부방언의 표지로 인식되어 거부되었다. 이런 거부의 결과로 생겨난 과도교정형이 Dongnipsinmun (獨立新聞)에 널리 쓰이다가사정한 조선어 표준어 모음 에 등재됨으로써 ‘김치’라는 어형이 ‘짐치’를 방언형으로 격 하시키고 지배 어형이 되었다. 1933년에 조선어학회에서 한 글맞춤법통일안을 만들고, 이어서 1936년에 표준어 사정을 발표했다.44) 그리하여 한글 창제 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오 던 느슨한 표기법이 단일화되면서 다양한 방언형들의 사회 적 위상이 격하되었다. 표준어라는 특권을 부여받은 단일화 어형이 신문과 방송언어는 물론 각종 교과서에 쓰임으로써, 오히려 문헌상 근거가 있고 역사적 유래가 분명한 ‘질삼’, ‘짐 치’가 축출되었다. 오교정한 어형이 오히려 역사적 정통성을 가진 어형을 몰아낸 것이다<<Figure 1>.

    <<Figure 1>에 ‘김치’와 같이 실려 있는 ‘김장’, ‘길쌈’, ‘깃’ (羽), ‘기직’이 모두 ㄱ→ㅈ구개음화에 대한 과도교정형이면 서 표준어로 선정된 예들이다. <<Figure 1>의 ‘김치’항을 보 면 굵은 글씨의 ‘김치’ 아래 ‘沈菜’라는 한자어가 표기되고, 좌측에 작은 글씨로 ‘짐치’와 ‘짐채’가 표기되었다. ‘짐치’ ‘짐채’라는 어형을 사투리로 간주한 것이다. ‘짐치’와 ‘짐채’ 에 ㄷ→ㅈ구개음화가 적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ㄱ→ㅈ구개 음화가 적용된 것으로 오인하여 과도교정형한 ‘김치’를 표준 어로 삼았다.

    <Figure 1>에서 표준어로 선택된 ‘길쌈’, ‘깃’은 15세기 어 형이 ‘질삼’, ‘짓’이었고 ㄷ→ㅈ구개음화를 겪은 것이 전혀 아니었다. 서울말을 쓰던 중류층 이상의 지식인들은 ㄱ→ㅈ 구개음화가 적용된 어형(예컨대 길→질, 김→짐, 기름→지름) 을 남부방언 화자의 시골말이라고 낙인을 찍었다(stigmatize). 낙인 찍힌 어형은 하층민이 쓰는 상스러운 것으로 간주되어 기피 대상이 되었다. ㄱ→ㅈ구개음화가 적용된 어형이 바로 낙인 찍힌 대상이다. ‘짐치’에 ㄱ→ㅈ이 적용된 것으로 오인 하여 ㅈ을 ㄱ으로 과도교정하여 ‘김치’를 만들어냈다. 여기 서 더 나아가 ㄱ→ㅈ구개음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나치 게 적용되어 본디 ‘질삼’인 것을 ‘길삼’으로, ‘짓’을 ‘깃으로, ‘졈심’을 ‘겸심’으로, ‘즐겁다’에서 변화한 ‘질겁다’를 ‘길겁다 ’로 과잉 수정하기도 했다.45)

    ㄱ→ㅈ구개음화에 대한 과도교정형의 출현은 그 역사가 자 못 깊다. Lee(1999)Waeeoyuhae (倭語類解)의 “菹 팀 KJFC-34-112_img44.gif 조 ○기미스이”를 지적하면서, ‘기미스이’는 일본어 단어 이고 김치라는 명칭이 외국어로 차용된 가장 이른 예라고 하 였다.Waeeoyuhae (倭語類解)에는 간행 기록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데 Song(1968)은 일본어 ‘하’(は)행 음의 전사법 과 이 책 하권 말미에 기록된 관직명을 근거로 1783~1789년 경에 간행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과도교정형 ‘김 KJFC-34-112_img1.gif’는 박광선(朴光先 1569~1631)이 일상 잡기를 기록한 필사본 Bodeokgongbimangrok (輔德 公備忘錄)46) 나타난 것이 가장 연대가 빠르다.

    모미KJFC-34-112_img25.gif 팔워KJFC-34-112_img26.gif 가라 무여 김KJFC-34-112_img1.gifKJFC-34-112_img27.gifKJFC-34-112_img28.gif재 됴타 (보덕공비망록, 127면)

    Bodeokgongbimangrok (輔德公備忘錄)의 대부분은 박 광선이 쓴 것이나 110~126면은 그의 후손 박취신(朴就新)이 쓴 것도 일부 있다. 127면은 박취신의 필적이 아니고 앞의 대부분을 차지한 박광선의 필적과 같다. 박광선이 쓴 127면 의 한문 속에 ‘庚戌’(1610년)과 ‘癸丑’(1613년)이란 간지가 나온다. 따라서 위의 김치법은 1610~1613년 사이에 쓴 것이 다. 이것은 1610년대에 ‘김 KJFC-34-112_img1.gif’가 존재했다는 획기적 기록이 다. 곽주(1569~1617)가 1610년경에 부인 하씨에게 쓴 한글 편지에 ‘딤 KJFC-34-112_img1.gif’가 ‘짐’로 변한 예가 있음을 앞에서 언급했다. 과도교정형 ‘김 KJFC-34-112_img1.gif’와 ㄷ→ㅈ 구개음화형이 같은 시기에 공존 한 것은 과도교정의 내적 원리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것이다.

    18세기 말기 이후의 문헌에 나타난 ‘김 KJFC-34-112_img1.gif’ 등의 과도교정 형은 다음과 같다.

    [김 KJFC-34-112_img2.gif]

    • KJFC-34-112_img1.gifKJFC-34-112_img1.gif <온주법, 8b>

    • KJFC-34-112_img1.gif(유희 물명고, 126쪽)47)

    • 김 <춘향전(경판본), 11b (1840년)>

    • <남원고사, 19b (1864년)>

    • KJFC-34-112_img1.gif <일어유해 (1903)> <역잡록, 2a>

    • KJFC-34-112_img1.gif <주식시의, 14b>

    • KJFC-34-112_img29.gifKJFC-34-112_img1.gif<주식시의, 15a>

    • 장김 KJFC-34-112_img1.gif<주식시의, 17b>

    • 외김 KJFC-34-112_img1.gif<주식시의, 18a>

    • 동김 KJFC-34-112_img1.gif<주식시의, 18a>

    • KJFC-34-112_img1.gifKJFC-34-112_img1.gif<주식시의, 18b>

    • 치 김 KJFC-34-112_img1.gif<주식방문 정미년본48), 1b>

    • 가지김 <주식방, 9b>

    [김 KJFC-34-112_img2.gif]

    • 져리 김 망졍 업다 말고 KJFC-34-112_img30.gif여라 <청구영언 이본, (18-19C)>

    [김치]

    • 김치<춘향전(경판본), 32b (1840년)>

    • <남원고사, 30b (1864년)>

    • 김치 沆菜 <한불자전, 173 (1880년)>

    • 졋국김치 醢水沈菜 <한불자전, 554 (1880년)>

    • 무김치국 <규곤요람, 9a (1894년)>

    • 김치 <국한회어, 49 (1895년)>

    • 나박김치 <국한회어, 55>

    • 젓국김치 <국한회어, 260>

    • 죠션 사 들이 김치와 고쵸쟝을 니져 KJFC-34-112_img31.gif리고

    • <독립신문, 0905, 3 (1896년)>

    • 김치 沈菜 <한영자전, (1897년)>

    • 장과 김치와 젓설 예로 도 서 듸리 니라

    • <여소학 4권, 1b (1882년)>

    • 외김치 <주식방문 정미년본, 1b>

    • 김치국 <음식책, 7b (19세기)>

    • 나박김치 <주식시의, 16b>

    • 갓김치 <수일루본 규합총서, 28b> (영남대 소장)

    • 무김치국 <규곤요람, 9a>

    • 菘沈菜 KJFC-34-112_img32.gif통김치 <시의전서, 6a>

    • 醬沉菜 장김치법 <시의전서, 6a>

    • 胡苽沉菜 외김치, 匏沉菜 박김치, 가지김치

    • <시의전서, 6b>

    • 나박김치 <시의전서, 18b>

    • KJFC-34-112_img33.gif김치 <시의전서, 20b>

    • KJFC-34-112_img34.gif 김치 <시의전서, 26a>

    박광선의Bodeokgongbimangrok (보덕공비망록)Onjubeop (蘊酒法) 등에서 보듯이 과도교정형 ‘김 KJFC-34-112_img1.gif’는 양반 지 식인이 기록한 문헌에서 나타나 있다<Figure 2>. ‘김KJFC-34-112_img1.gifKJFC-34-112_img1.gif’가 실린 Onjubeop (蘊酒法)은 안동시 임하면 천전동 소재의 의성 김씨 종가에서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이면지에 적힌 ‘사적략’(史蹟略)의 마지막 부분에 ‘正宗 丙午’가 기록 된 것으로 보아 Onjubeop (蘊酒法)은 1786년 이후에 작 성된 것으로 본다. 앞에서 언급한Waeeoyuhae (倭語類解) 와 비슷한 시기이다. 1820년경에 유희(柳僖, 1773~1837)가 지은Mulmyeonggo (物名攷)의 ‘김 KJFC-34-112_img1.gif’도49) 이들과 동일한 성격을 띤 사회적 언어 변이형이다.

    위의 예시에서 ‘김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2.gif’의 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 18 세기 후기 이후에 나오는 비어두의 ㆍ와 ㅡ간의 교체는 음 운론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 단순한 표기상의 선택일 뿐이다. 음운사적 의미를 가진 어형은 19세기 이후의 문헌에 나온 ‘김 치’이다. ‘김치’는 비어두 이중모음 ㅢ가 ㅣ로 단모음화된 변 화(j>i)를 반영하였다. 위의 예들은 이 변화가 적용된 ‘김치’ 형이 19세기 이후 지식인층의 언어에 널리 사용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18세기 말기에 지식인층의 언어에서 발생한 개신 형 ‘김 KJFC-34-112_img1.gif’가 19세기에 ‘김치’로 변하였고, 이것이 20세기 초 기의Dongnipsinmun (獨立新聞) 등에서 널리 쓰이다가 결 국 1936년의 표준말 사정에서 채택되었던 것이다. 이 ‘김치’ 가 ‘짐치’와 ‘지’ 등을 방언형으로 격하시키면서 오늘날의 표 준어형(=지배어형)이 된 것이다.

    4) ‘팀 KJFC-34-112_img1.gif’의 출현과 그 변화

    ‘팀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의 변화된 음가를 반영한 어형으로 16세기 한글 문헌에 등장하였다. ‘팀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를 의 식한 어형으로 양반 지식인층이 이 어형을 주로 사용하였다. ‘팀 KJFC-34-112_img1.gif’와 그 변화형의 용례는 다음과 같다.

    [팀 KJFC-34-112_img1.gif]

    • KJFC-34-112_img45.gif 조(菹) <소학언해, 1:7a (1586년)>

    • KJFC-34-112_img1.gif<음식디미방, 14b (1670년)>

    • KJFC-34-112_img46.gif 치팀 법 <음식디미방, 5b (1670년)>

    • 나박팀 KJFC-34-112_img1.gif<음식디미방, 5b (1670년)>

    • KJFC-34-112_img1.gif 와 저KJFC-34-112_img36.gif 드려 <어제내훈, 3:2b (1736년)>

    • KJFC-34-112_img1.gif 온갓 거KJFC-34-112_img36.gif <일동장유가, 2 (1764년)>

    • 菹 팀KJFC-34-112_img1.gif 조 ○ 기미스이 <왜어유해, 上47b (18세기 말)>

    • KJFC-34-112_img1.gif <윤씨음식법, 28a (1854년)>

    [침 KJFC-34-112_img1.gif]

    • 산갓침 KJFC-34-112_img1.gif<음식디미방, 13b (1670년)>

    • 醎菜 침 KJFC-34-112_img1.gif<동문유해, 下4b (1748년)>

    • 醎菜 침 KJFC-34-112_img1.gif<역어유해보, 31a (1775년)>

    • 醎菜 침 KJFC-34-112_img1.gif<방언유석, 31a (1778년)>

    • 鹹菜 침 침 KJFC-34-112_img1.gif<몽어유해, 47b (1790년)>

    • KJFC-34-112_img1.gif<한청문감, 12, 41 (1770년?)>

    • <을병연행록, (18세기)>

    • KJFC-34-112_img1.gif<아학편, (1804년)> <윤씨음식법, 30a (1854년)>

    • KJFC-34-112_img1.gif沈菜 <한불자전, 602 (1880년)>

    • KJFC-34-112_img1.gif<여사수지, 2a (1889년)> <한영자전, (1897)>

    • <광재물보, 3a (19세기)>

    • KJFC-34-112_img1.gif<게우사, 448 (19세기)>

    • 동가 침 KJFC-34-112_img1.gif<주식시의, 31a (19세기)>

    • KJFC-34-112_img1.gif<시의전서, 1a (19세기 말엽)>

    • KJFC-34-112_img1.gif항아리 <제국신문, 312, (1900년)>

    • KJFC-34-112_img1.gif<부인필지, 9a (20세기초)>

    [침채]

    • 침채 져(葅) <정몽유, 15a (1884년)>

    • 침채 沉菜 <국한회어, 311 (1895년)>

    • KJFC-34-112_img47.gif 침채 져 <부별천자문, 21b (1913년)>

    ‘팀 KJFC-34-112_img1.gif’에 ㄷ구개음화가 처음 적용된 어형은 Eumsikdimibang (飮食知味方)의 ‘산갓침 KJFC-34-112_img48.gif’이고, 여기에 ㆎ→ㅐ가 적 용되어 최종형 ‘침채’가 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신 형 한자음인 ‘팀 KJFC-34-112_img1.gif’가 고형 한자음 ‘딤 KJFC-34-112_img1.gif’를 대체하지 못하고 문헌어로서 공존하였다. ‘팀 KJFC-34-112_img1.gif’와 그것의 변화형 ‘침채’는 한 자어 ‘沈菜’를 의식한 양반 지식인층의 글말에서 꾸준히 쓰 였다. 문헌상으로 ‘침 KJFC-34-112_img1.gif’가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Lee 1998). 20세기 초기에 ‘김치’가 널리 쓰이자 이것이 표준어로 채택 되면서 ‘침채’(←침 KJFC-34-112_img1.gif)는 의미의 특수화를 겪어 제수용 김치 라는 뜻으로 좁아졌다.50)

    5) 한자어 ‘沈菜’와의 유연성(有緣性) 정도 변화

    지금까지 논의한 ‘딤 KJFC-34-112_img1.gif’와 그 변화형들(짐 KJFC-34-112_img1.gif, 김 KJFC-34-112_img1.gif, 김치), 그리고 ‘팀 KJFC-34-112_img1.gif’와 그 변화형들(침 KJFC-34-112_img1.gif, 침채)은 이들이 표상한 원래 한자어 ‘沈菜’와의 유연성 정도에서 일정한 변화를 겪 었다.

    중세국어 시기(15~16세기)를 기준으로 볼 때, ‘팀 KJFC-34-112_img1.gif’가 한 자어 ‘沈菜’와의 유연성이 가장 강하다. ‘팀 KJFC-34-112_img1.gif’에서 변화한 ‘침 KJFC-34-112_img1.gif’ 역시 ‘沈菜’와의 유연성을 유지한 것으로서 한글 어형 으로 한자어를 연상해 낼 수도 있다. ‘沈’의 음가가 ‘팀’이었 던 중세국어 시기에 있어서 고대 한자음을 반영한 ‘딤 KJFC-34-112_img1.gif’는 ‘沈菜’와의 유연성이 약화되었다. ‘딤 KJFC-34-112_img1.gif’에 ㄷ구개음화가 적 용된 변화형 ‘짐 KJFC-34-112_img1.gif’, ‘짐 KJFC-34-112_img1.gif’에 과도교정이 적용된 ‘김 KJFC-34-112_img1.gif’와 같 이 ‘딤 KJFC-34-112_img1.gif’의 어형에서 멀어질수록 그 유연성이 더 약화되었 다. ‘짐 KJFC-34-112_img1.gif’와 ‘김 KJFC-34-112_img1.gif’는 ‘ ’(菜)’에서 부분적이나마 유연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비어두 이중모음의 단모음화로 ‘김 KJFC-34-112_img1.gif’가 다 시 ‘김치’로 변하게 되면서 ‘ ’가 표상하던 ‘菜’와의 유연성 도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김치’라는 어형은 한자어 ‘沈菜’ 와의 유연성을 더 이상 갖지 않는다. ‘김치’를 우리의 고유 어가 아니라고 하는 견해51)도 있지만 여러 단계에 걸쳐 유연 성이 약화, 소멸되면서 고유어로 바뀐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와 달리 ‘팀 KJFC-34-112_img1.gif→침 KJFC-34-112_img1.gif→침채’의 과정을 거친 ‘침채’는 한자어 ‘沈菜’와의 유연성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한문과 한자어 소양 을 가진 지식인층들이 제사용 김치를 뜻하는 명사로 계속 사 용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6) ‘김장’의 생성 과정

    ‘김치’와 같은 맥락에서 ‘김장’이란 어형의 생성 과정을 알 아낼 수 있다. 일찍이 최남선이 Gosacheonja (古事千字) 에서 ‘沈藏庫’가 여말 선초에 행용(行用)되었을 것이고 말한 바 있다. 역사서 기록을 검색하면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에 ‘沈藏庫’가 보이고,52) 승정원일기에 ‘沈藏’이 사용되어 있다.53) ‘沈藏庫’의 중세국어 시기 발음은 ‘팀장고’54)이다. ‘沈藏庫팀 장고’라는 한자어는 당연히 ‘沈藏팀장’이란 한자어의 존재를 전제한다.55) ‘팀장’은 구개음화로 인해 18세기 이후 ‘침장’으 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장’이란 어형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침장’이 직접 ‘김장’으로 변화하는 것은 음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장’의 형성은 한자어 ‘沈藏’의 고대 한자음을 반영한 ‘*딤장’56) 이란 어형을 가정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고대 한자음을 반영한 ‘딤 KJFC-34-112_img1.gif’의 존재를 볼 때 동일한 역사성을 갖는 ‘딤장’ 도 존재했을 것이다. 방언자료를 검토해 보면 이러한 추정이 증명된다.전국방언조사자료집(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한 민족 언어정보화 통합검색 프로그램57)한국방언편을 검색하면 구개음화 어형 ‘짐장’이 남한 전 지역과 함경도 방 언에 쓰이고, 비구개음화 어형 ‘딘장’(평안도 방언)과 ‘딤장 ’(경북방언)도 각각 쓰인다. 이러한 방언형은 고대 한자음을 반영한 ‘딤장’이 과거의 우리말에 존재했음을 증언한다. ‘ 딤장’에 ㄷ→ㅈ구개음화가 적용된 것이 바로 ‘짐장’이다.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김 KJFC-34-112_img1.gif’와 같은 음운론적 과정(ㄷ구개음화 및 과도 교정)을 ‘딤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딤장→짐장→김장’이 된 다. ‘김치’와 같은 성격을 가진 과도교정형 ‘김장’이 표준어 로 채택됨으로써 ‘김치’와 동격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자어 ‘침장’(沈藏)은 여전히 쓰인다. 조선시 대의 지식인층이 쓰던 ‘팀장’(沈藏)은 ㄷ구개음화가 적용된 ‘침장’으로 변해 현대국어의 ‘침장’으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한자어와의 유연성이 약한 ‘딤장’은 ㄷ구개음화가 적용된 ‘짐 장’으로 변했다가 ㄱ구개음화를 거부한 과도교정에 의해 ‘김 장’으로 바뀌어 현대국어의 ‘김장’이 되었다.58) ‘짐장→김장’ 변화는 ‘짐치→김치’ 변화와 그 맥락이 같다.

    3. ‘디히’와 ‘딤 KJFC-34-112_img1.gif’의 형태 분석 비판

    각주 2)에서 언급했듯이 어원론의 연구 대상으로 ‘④각 어 휘의 형태론적 분석’이 있는바, ‘디히’와 ‘딤 KJFC-34-112_img1.gif’를 형태론적 으로 더 분석하거나 그 기원을 설명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 다. 이러한 시도가 어떤 타당성을 가지는지 여기서 검토해 본다.

    Choi(1987)은 김치의 우리말 ‘지’에 대해 설명하기를, ‘딤 KJFC-34-112_img1.gif(菹)’에 쓰인 한자어 ‘菹’가 중국어 발음으로는 ‘ ’라고 하 고, 이 ‘ ’를 발음하기 쉽게 우리 옛말에서 ‘디히’라 말하였 고, 뒤에 이것이 ‘지’로 변하여 우리말에 귀화한 것이라고 했 다. 그런데 ‘菹’의 현대 중국어 발음이 ‘ ’가 아니라 ‘주-’ [zu]이며 북경관화에서 ‘ ’로 발음된 적은 없다. 그리고 ‘ ’ 를 발음하기 쉽게 우리 옛말에서 ‘디히’라고 했다는 그의 설 명도 언어학적 근거가 없다. ‘ ’를 아무리 쉽게 발음해도 ‘디 히’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B. Karlgren(1964)이 재구한 ‘菹’의 상고음 [*t s ˙ i ˜ o]과 중고음 [t s ˙ i ˜ wo]은 ‘디히’와의 거리 가 아주 멀다.59)

    안옥규(1989: 63)는 ‘지’의 어원으로 ‘짓-’의 고형인 ‘KJFC-34-112_img40.gif-’ 으로 보았다. ‘KJFC-34-112_img40.gif-’에서 ‘ㅿ’이 빠져서 ‘지위’, ‘디유’가 되고 ‘ㅎ’으로 되어서 ‘디히’가 되었다고 하면서, ‘디히’란 ‘담근 것’ 을 뜻한다고 밝혔다(Kim 2012). Kim(2001)에서도 ‘딤 KJFC-34-112_img1.gif’는 ‘디히’에서 만들어졌으며, ‘디히’는 동사 ‘짓다’의 옛날 말 ‘딧 다’에서 ㅅ이 빠지면서 생긴 것이라 했다. 그는 동사 ‘짓다’ 와 관련된 ‘디/지’에 ㅁ이 붙고 여기에 다시 단어 조성의 뒤 붙이(접미사) ‘치/지’가 붙어 이루어진 말이 ‘딤치/짐치’라 하 고, 이것을 음이 비슷한 한자로 적으면서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로 된 것이라 짐작했다. 안옥규와 김인호에서 ‘디히’를 동사 ‘KJFC-34-112_img41.gif-’ 과 연관 지은 것은 어두 자음부터 두 낱말은 서로 다르기 때 문에 납득하기 어렵다.

    Lee(1991)은 각주에서 ‘디히’의 어원을 확실한 말하기는 어 렵지만 자동사 ‘디-’(落)의 사동형인 ‘KJFC-34-112_img3.gif-’에서 파생된 것으 로 추정했다. 동사어간 ‘디-’(落)를 상정한 것은 김치를 담기 위해 채소를 물에 ‘떨어뜨리는’ 동작을 염두에 둔 듯하다.60)

    그러나 ‘디-’(落)의 사동형으로 ‘KJFC-34-112_img3.gif-’보다 오히려 ‘디히-’를 가정하는 것이 더 낫다. 국어에는 사동접미사 ‘-히-’가 존재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문 제가 여전히 남는다. 김치 담그는 행위에서 ‘디-’(落)라는 동 사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사동사 어간 ‘디히-’가 명사 ‘디히’로 전환되는 것 역시 국어 문법에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Baek(1998)은 ‘디히’의 어근을 ‘KJFC-34-112_img3.gif-’으로 설정하고 이는 동 사 ‘ 다(→ 다[製])’와 동근어(同根語)로 보았다. 김치를 담그는 일이 물건을 만드는 행위와 동일하다는 뜻에서 김치 를 뜻하는 ‘지’를 ‘짓다’[製·造]라는 동사와 관련시킨 것이 다. 이런 풀이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동사 ‘KJFC-34-112_img42.gif다’에서 ‘KJFC-34-112_img3.gif다’ 로 변한다는 가정 역시 설명적 타당성이 박약하다.61)

    이 문제에 대한 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딤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더 이상의 형태 분석이 불필요 하다. ‘디히’를 ‘디-’(落)의 사동형 혹은 동사 ‘KJFC-34-112_img3.gif-’과 관련시 킨 설명(혹은 추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 ‘디히-’라는 사동형 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동형 어간이 바로 명사 ‘디히’가 되 는 것은 국어문법에서 있을 수 없다. ‘디히’를 설명하기 위 해 존재하지 않는 동사 ‘KJFC-34-112_img3.gif-’을 상정해 놓고, ‘디히’의 형태 를 분석하는 것도 수용하기 어렵다. ‘디히’는 더 이상 형태 분석하기 어려운 단위이며, ‘디히’가 어떤 낱말에서 비롯된 것인지 현재 우리가 가진 지식으로는 알 수 없다.62)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남겨두는 것이 억측(臆測)하는 것보다 낫 다. 억측이 빚어낼 잘못된 오해와 그 결과를 책임 있게 감당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4. 한자어 ‘菹~葅, 漬, 沈菜’의 출현과 우리말 어휘의 존재 가 능성

    Jang(1972)Samgukji (三國志)Wiseo (魏書) <Dongijeon (東夷傳)> 고구려 조항에 고구려 사람들이 ‘自喜善藏釀’했다 는 기록을 인용하여, 고구려 시대에 식품의 저장 양조 기술 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했으며 장류, 주류와 더불어 저채류 (菹菜類)가 분명히 이용되었다고 보았다. Jang(1972)은 신문 왕 3년(683)에 절임류와 간장, 된장 등의 존재로 보아 염장 제품이 발달했으며 채소류를 이용한 김치류가 식용되었을 것 이라 추정했다.

    Lee(1984)는 중국 사료 Samkukji (三國志)와 우리나라 의Samkuksagi (三國史記), 일본의 정창원문서와 연희(延 喜) 5년(905)에 정한 율령延喜式의 漬物(김치류), 일본 사료Gosagi (古事記)에 기록된 백제 사람 ‘須須保利’(일 본에 술 빚는 법을 가르침)와 일본 음식 이름인 ‘須須保利漬’ 에 대해 논하면서, 고대의 우리나라에 김치류가 있었을 것으 로 보았다.

    Yoon(1991)도Samkuksagi (三國史記) 신문왕 683년에 행한 납채 기록에 ‘醢’가 魚醢 및 菹醢의 뜻이 있다는 점과 삼국시대에 재배한 채소(순무, 가지, 상추, 토란, 파 등)의 존 재로 보아 당시에 김치를 만들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Jeong(2008)은 일본 측 기록Gosagi (古事記)Bonjowollyeong (本朝月令)에 백제 사람 ‘수수보리’(須須保利)가 일본에 누룩으로 술 빚는 법을 전해주었다는 기록이 있고, 정창원 문서에 수수보리지(須須保利漬)라는 순무 김치법이 있음을 근거로 하여 삼국시대의 한반도에 김치가 만들어졌 을 것으로 보았다.

    절임 채소를 뜻하는 ‘菹’가Sikyeong (詩經)에 처음 보 이고 그 이후 진한시대, 남북조와 수당시대, 북위 때의제 민요술 등 중국 고문헌에 쓰인 용례와 일본의 고대 기록에 나타난 ‘漬’의 용례에 대한 연구는 Park(2013)에 잘 정리되 어 있다.Jeminyosul (齊民要術)에 32개의 저채(菹菜)류 가 기록됨으로써 고대 중국에서 절임채소 음식이 확립되었 음을 알 수 있다(Park 2013). 일본 나라시대(710~784)의 평 성궁터에서 발굴된 목간, 정창원문서(752년),연희식 (900~1000년경) 등에 ‘漬’가 어말에 결합한 명사 ‘醬漬’(장지), ‘酢漬’(초지), ‘甘漬’(감지)가 등장하였다. 정창원 문서에 ‘菹’ 는 770년과 771년 기록에 처음 나온다(Yoon 1991).

    그러나 우리나라의 고대 삼국시대 기록에는 ‘菹’, ‘漬’라는 문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문헌 자료에는 없지만 신라시대에 김치가 있었다는 증거를 다른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성덕왕 19년(720년)에 설치했다는 법주사 김칫독(Jang 1972), 신라의 승려 각연(覺然)이 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전설을 가 진 장수사(경남 함양 소재)의 김치바위[沈菜甕침채옹] 등의 기록은 고대 삼국시대의 한반도에도 ‘菹’ 혹은 ‘漬’에 해당하 는 김치류 음식이 있었음을 의미한다(Park 2013). Jang (1972)은 고대의 국내외 사료 및 고려 시대 기록을 검토한 결과 김치류가 늦어도 통일신라 시대에 있었고, 단순한 ‘漬 鹽式’(채소를 소금물에 절이는 방식)의 김치가 오늘날 김치 의 시조라고 확정했다.63)

    북위 시대의 Jeminyosul (齊民要術), 일본 나라시대의 기록물에 등장한 ‘漬’와 견주어 볼 때 한반도의 삼국시대 혹 은 그 이전 시기부터 김치류 음식과 이를 가리키는 어휘가 존재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근래에 고대사 연구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목간(木簡)의 새로운 발굴과 이에 대한 연 구가 진전된다면 ‘菹’나 ‘漬’에 관련된 표기 자료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64)

    64) 8세기 중후반 자료로 보는 안압지 발굴 목간에 음식 관련 어휘로 ‘加火魚’(가오리), ‘生鮑’(전복), ‘ ’(절임, 젓갈) ‘助史’(젓?), ‘汁(口十)이 기록되어 있다(Lee 2007). 여기서 김치 와 관련된 한자어는 ‘ ’이다.

    고려사 예지(禮誌)에 ‘菹’가 나타나지만 이는 중국의 의례 서 내용을 옮겨 적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고려시대의 이 규보, 이곡, 이색 등이 남긴 글에 김치류 음식 용어인 ‘鹽虀’ (염제), ‘漬鹽’(지염), ‘鹽菜’(염채), ‘沈菜’(침채), ‘醬瓜’(장과) 등이 기록되었다(Park 2013). 조선시대 문집류에서 김치류를 뜻하는 한자어는 ‘菹’, ‘沈菜’, ‘漬鹽’, ‘鹽菜’ 등이 있으나 ‘菹’ 가 압도적 빈도로 쓰였고, ‘沈菜’는 그 다음이다(Park 2013).

    앞에서 보았듯이 ‘ ’에 해당하는 우리말 ‘딤 KJFC-34-112_img1.gif’는 Hunmongjahoe (訓蒙字會)(1527)에 처음 등장하였고, ‘菹’ 를 ‘딤 KJFC-34-112_img1.gif’로 표기한 것은Sinjeungyuhap (新增類合)(1576) 에 처음 나타났다. ‘딤 KJFC-34-112_img1.gif’보다 더 오래된 우리말 어휘로 추 정되는 ‘디히’는Dusieonhae (杜詩諺解) 초간본(1481)의 ‘冬菹 겨 KJFC-34-112_img4.gif디히’에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디히’와 ‘딤 KJFC-34-112_img1.gif’가 비록 한글 창제 이후의 문헌에 등장하지만 위에서 검 토한 역사적 사실 및 ‘딤 KJFC-34-112_img1.gif’라는 한자음이 지닌 고음적(古音 的) 특성으로 미루어 볼 때 삼국시대 즈음에 이러한 낱말들 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디히’는 고유어 어휘이고, ‘딤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의 고음을 반영한 어휘로 간주한다.

    III. 요약 및 결론

    본론에서 논한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하여 김치 관련 어 휘들이 갖는 언어학적 의미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 ‘디히’류 어휘(디히, 디이, 지히, 지)는 우리나라 고유어 어형으로 김치류 어휘의 기층어로 볼 수 있다. ‘딤 KJFC-34-112_img1.gif’는 한 자어 ‘沈菜’를 배경으로 생성된 것이나 ‘디히’는 고유어로 간 주한다. ‘디히’의 변화 과정은 ‘디히→지히→지이→지’로 요약된다. ‘디히’의 최종형 ‘지’는 김치류 명칭어의 접미사로 쓰여 왔고(오이지, 짠지), 남부 방언에서는 김치를 뜻하는 단 독형 ‘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된다. ‘디히’류 어휘는 한자어 ‘沈菜’에서 나온 ‘딤 KJFC-34-112_img1.gif’류 어휘(딤 KJFC-34-112_img1.gif, 짐 KJFC-34-112_img1.gif, 김 KJFC-34-112_img1.gif)와 공존해 왔다. 고어형 ‘디히’나 현대어형 ‘지’를 ‘菹’ 혹은 ‘漬’ 의 한자음과 연관 지어 어원 풀이한 견해들은 논거가 약하 여 수용하기 어렵다. ‘디히’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 지도 않은 사동형 어간 ‘KJFC-34-112_img3.gif-’(洛)을 설정하는 견해도 받아들 이기 어렵다. ‘디히’는 더 이상 분석하기 어려운 단위이며, ‘디 히’의 어원은 현재 우리가 가진 지식으로 알 수 없다.

    • 2) ‘딤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의 중국의 상고음 혹은 중고음을 반영한 것이고, ‘팀 KJFC-34-112_img1.gif’는 원대(元代) 이후의 근고음(近古音) 을 반영한 것이다.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는 각각 다른 시기의 한자 음을 반영한 어형이지, ‘딤 KJFC-34-112_img1.gif→팀 KJFC-34-112_img1.gif’ 혹은 ‘팀 KJFC-34-112_img1.gif→딤 KJFC-34-112_img1.gif’라는 변화를 거친 것이 아니다. ‘딤 KJFC-34-112_img1.gif’는 ‘딤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1.gif→짐 KJFC-34-112_img2.gif→짐 치→김치’를 거쳐 현대국어의 ‘김치’가 되었다. ‘딤 KJFC-34-112_img1.gif’는 한 자어 ‘沈菜’에서 나온 것이므로 더 이상의 형태 분석을 할 필 요가 없다.

    • 3) ‘김 KJFC-34-112_img1.gif’는 1610년대 문헌인 보덕공비망록에 처음 나 타났다. ‘딤 KJFC-34-112_img1.gif’에 ㄷ구개음화가 적용되어 ‘짐 KJFC-34-112_img1.gif’로 변했고, ㄱ →ㅈ구개음화를 거부한 지식인층이 ‘짐 KJFC-34-112_img1.gif’에 과도교정을 행 하여 ‘김 KJFC-34-112_img1.gif’를 만들어냈다. ‘김 KJFC-34-112_img1.gif’가 ‘김치’로 변했고, 1936년 의사정한 조선어 표준어 모음에 ‘김치’가 표준어로 채 택되어 오늘날 현대 한국어의 지배적 어형으로 굳어진 것이 다. ‘김 KJFC-34-112_img1.gif’는 ‘ ’(菜)’에서 부분적 유연성을 유지했지만 ‘김 KJFC-34-112_img1.gif’가 다시 ‘김치’로 변하면서 ‘沈菜’와의 유연성이 소멸하였 다. ‘김치’의 기원은 한자어에 있었지만 한자어와의 유연성 소멸로 인해 고유어화 되었다. ‘김치’는 향찰식으로 조어된 ‘沈菜’라는 고유 한자어에서 기원했지만 중첩된 음운변화로 인헤 한자어와의 유연성이 사라진 것이다.

    • 4) ‘팀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의 원대 근고음(元代 近古音)을 반영하였으며 양반 지식인층이 기록한 문어에서 주로 쓰였 다. ‘팀 KJFC-34-112_img1.gif’는 ‘팀 KJFC-34-112_img1.gif→침 KJFC-34-112_img1.gif→침채’를 거쳐 ‘침채’가 되었다. 현 대국어의 ‘침채’는 한자어 ‘沈菜’와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제사용 김치를 가리키는 데 쓰이고 있다.

    • 5) ‘김장’은 한자어 ‘沈藏’의 고대 어형 ‘*딤장’을 가정하 고, 여기에 ㄷ구개음화가 적용된 방언형 ‘짐장’을 거쳐 변화 한 것이다. ‘김장’은 ‘딤장→짐장→김장’을 거친 것이다. ‘짐 장→김장’ 변화에는 ‘짐치→김치’와 동일한 성격의 과도교정 이 작용하였다. ‘김장’과 ‘김치’의 생성 원리는 동일하다. 그 러나 ‘김장’은 20세기 전기 문헌에 비로소 나타나 있어서, ‘김 치’(혹은 김 KJFC-34-112_img1.gif)의 출현 시기에 비해 훨씬 늦다.

    • 6) 중국 사서Samgukji (三國志)Wiseo (魏書) <Dongijeon (東夷傳)>의 고구려인의 음식에 대한 기록과 신라 신문왕 대 의 절임 음식에 관한 기록의 출현으로 볼 때, 고대(삼국시대 즈음)의 한반도에도 김치류 음식과 이를 가리키는 어휘가 존 재했을 것이다. 중국 유망민의 한반도 이주 등을 통해 한자 와 한문 사용 능력이 신장된 7세기 전후에 ‘沈菜’라는 향찰 식 한자어로 한반도에서 조어(造語)된 것으로 추정된다. ‘딤 KJFC-34-112_img1.gif’는 이 시기의 한자음을 반영한 것이다. ‘沈菜’라는 한자어 는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중국 고문헌에 전혀 나타 나지 않는다. ‘딤 KJFC-34-112_img1.gif’는 한자어 ‘沈菜’의 상고음 혹은 중고음 을 반영한 것이며, 신라의 한문 능력이 발전한 6~7세기경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디히’, ‘딤 KJFC-34-112_img1.gif’, ‘팀 KJFC-34-112_img1.gif’ 세 어형의 역사적 변화 경로는 각각 다르다. 그 변화 경로를 도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아래 표에서 ‘디히’가 가진 기층어적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디히 ’를 맨 밑에 두었으며, 시대적 발생 순서를 보이기 위해 ‘딤 KJFC-34-112_img1.gif’와 ‘팀 KJFC-34-112_img1.gif’를 차례로 놓았다.

    <Table 1>과 같은 방식으로 ‘김장’과 ‘침장’의 변화 과정 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65) <Table 2>

    감사의 글

    이 논문은 김치, 한민족의 흥과 한(세계김치연구소, 2016, 김치학총서4, pp. 345-395)에 수록했던 글을 보완하고 줄여서 고쳐 쓴 것이다. 논문의 체제를 본 학회지에 맞도록 고쳐 주시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을 주신 박채린 박사님께 감 사드린다.

    Figure

    KJFC-34-2-112_F1.gif

    ‘kimchi’ (김치) registered in The Colletion Valuated Korean Standard Word (1936, 5th edition 1946)

    KJFC-34-2-112_F2.gif

    ‘kimchΛi’(김) appeared in Bodeokgongbimangrok (輔德公備忘錄)

    Table

    historical change of ‘chimchae’, ‘kimchi’, ‘ji’

    historical change of ‘chimjang’ and ‘kim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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