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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1225-7060(Print)
ISSN : 2288-7148(Online)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Food Culture Vol.34 No.4 pp.495-502
DOI : https://doi.org/10.7318/KJFC/2019.34.4.495

Abstract


중세 향기를 머금은 중부 동유럽의 식문화 기행
- 오스트리아/체코 -

지 현 박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주)미셸푸드 기획관리본부 과장

초록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중순, 사단법인 한국식생활문화학회 주관으로 중부 동유럽 식문화 기행과 2019 유럽 한인 과학자 학술대회(EU-Korea Conference on Science &Technology)가 예술과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 (Wien Austria)에서 시작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정식, 호이리게(Heurige)

    비엔나 시내로 들어가기 전 일행은 오스트리아 국기가 멋지게 장식되어 있는 베토벤 하우스라는 레스토랑 안 포도나무 야 외정원에서 오스트리아 전통 식사 호이리게(Heurige) 정식으로 오스트리아에서의 첫 식사를 하였다. 먼저 해바라기씨와 실파 를 곁들일 수 있는 양 우유로 만든 치즈 스프레드와 호밀빵이 제공되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빵 맛에 짭쪼롬함과 풍부한 치즈 향을 더해주었으며 치즈 스프레드를 골라먹는 재미에 한껏 빠져있는 동안 서버는 작은 유리병의 호이리게 와인과 와인 잔을 서빙하였다. 호이리게는 유럽 중부 지역의 화이트 와인으로 당해 수확한 포도로만 만들어진 햇 포도주라고 한다. 각자 와인 잔 에 와인을 따르고 김혜영 회장님의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기자!)’ 선창으로 다 함께 ‘카르페 디엠’을 외치면서 이 여행의 시 작을 알렸다. 메인요리로 나온 수제햄, 비너 슈니첼(Wiener Schnizel) 소세지(bochwurst), 삶은 돼지고기 슈바인스브라텐 (schweinsbraten)같은 기름진 요리들은 약간 가벼운 바디감을 주는 호이리게 와인과 제법 잘 어울렸다. 후식으로는 오스트리아 식 디저트인 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 바닐라 빈의 커스터드 크림소스를 얹은 애플파이와 치즈파이로 크림소스는 파이의 부 드러운 맛을 한층 더해주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스트리아 수도인 비엔나에 도착하니 노을이 지는 그 시간, 클럽에는 벌써 젊은이들이 긴 줄을 서 있었 으며 조용하고 우아하게 흐르는 비엔나 강과 대조적으로 강 주변 벽에는 화려하고 인상적인 그라피티(graffiti)가 그려져 있었 다. 젊은 에너지의 열정 넘치는 모습과 예술적인 풍경이 공존하는 듯한 비엔나에서의 첫날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비엔나에서 단 하루를 보낸다면

    아름다운 선율이 떠오르는 도시 비엔나는 도나우 강 상류에 있는 유럽의 고도시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들어오면서 정치, 문 화, 예술, 과학과 음악의 중심지가 되었다. 17세기 후반 합스부르크 왕가 가족들의 오붓한 여름을 위한 궁전, 쉔부른 궁전은 화 려한 로코코 양식으로 전체 1400여 개의 방이 있었으며 특히 마리아 테레지아의 거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거했던 방, 여제 앞에서 6세의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연주했던 거울의 방 등이 유명하다. 쉔부른은 아름다운 샘물이라는 뜻으로 내부는 화려한 황금장식과 커다란 샹들리에, 앤티크하면서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외관은 노란색 외벽이 인상적인 3층 건물로 마치 파노라마처럼 건물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궁전 뒤편으로 가면 푸른 정원과 아기자기한 꽃들과 함께 18세기 중엽 프 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그리스 신전 양식의 전승비 글로리에테(Gloriete)가 보였다. 마침 그날은 반 짝이는 여름 햇살에 파란 하늘과 대조적인 노란색 쉔부른 궁전, 그 앞에 펼쳐진 초록색 잔디까지 사진 찍기에 최상의 날이었 다. 아름다운 쉔부른 궁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비엔나 시내로 들어갔다.

    옛 건물이 가득 들어찬 이 구시가지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성 슈테판 성당이 있었다. 이 성당은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된 성 인 슈테판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원래는 로마네스크 양식이었으나 합스부르크 왕가에 의해 고딕 양식으로 개축되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뤄진 곳으로 유명하며, 비엔나 시민들은 매년 12월 31일 이 광장에 모여 새해를 맞는 다고 한다. 이 성당 앞에는 비엔나 시내를 도는 마차투어가 있어 일행 몇 명은 마치 옛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이 마차에 몸을 싣고 비엔나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고 돌아오는 길에 슈테판 성당 옆에 있는 마너(Manner) 웨하스 가게에서 오스트리 아를 대표하는 과자인 연분홍 살색 포장의 웨하스를 한 상자 구매하였다.

    오스트리아 전통케이크 슈톨렌 베이킹 쇼

    슈톨렌(독일어: Stollen)은 말린 과일과 설탕에 절인 과일껍질, 향신료를 넣고 구운 빵에 버터를 바른 후 슈거파우더를 뿌려 만드는 과일 케이크이다. 쉔부른 궁전에서는 매일 슈톨렌 베이킹 쇼가 있는데 지하 중간에 베이킹 공간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탁자 위에는 사과 슈톨렌과 에스프레소가 한 잔씩 올려져있었다. 그곳에서는 미국의 코메디언 배우인 잭 블랙을 연상케 하는 제빵사가 두꺼운 빵 반죽을 점점 넓게 펴서 속이 비칠 정도로 만들어 엷게 편 반죽 안에 절인 사과를 가득 채워 겹겹이 싼 후 달걀물을 충분히 바르고 오븐에 넣는 베이킹 쇼를 재미있는 제스쳐와 표정을 곁들여 진행하였다. 이 베이킹 쇼의 작은 사과파이 하나에도 전통 식문화를 느낄 수 있어 정말 감동스러웠다.

    비엔나엔 비엔나 커피가 없다!

    비엔나 호텔에 묵는 동안 커피를 마시면 빨간 모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커피잔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가 처음 커피를 들여온 터키지역의 전통 빨간 모자라고 한다. 또한 이것은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 쥴어어스 마이늘 (Julius Meinl) 커피 브랜드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달달한 맛의 생크림이 올려져 있는 비엔나 커피는 비엔나에 는 없었다. 그러나 비엔나에는 다른 몇 종류의 비엔나 커피가 있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인슈패너 (Einspanner), 더블 에스프레소, 물, 휘핑크림이 올라가 에스프레소 특유의 쓰고 진한 맛은 기본이면서 휘핑크림의 부드러움이 가미되어 있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커피 중 가장 대표적인 커피이다. 뷔너멜랑즈(Wiener Melange), 한 샷의 에스프레소에 스팀 우유와 우유거품을 넣어 단맛은 적으면서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에스프레소와 스팀우유가 잘 어우러지는 비엔나 커피이다. 마 지막으로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 한 샷의 에스프레소에 스팀우유와 휘핑크림을 올린 커피로 세 가지 비엔나 커피 중 가 장 크고 양도 많으며 부드러운 달달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겨 마셨던 커피였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의 왈츠 체험

    늦은 오후 비엔나 시내를 돌고 지쳐갈 무렵, 두 남녀가 멋진 포즈로 왈츠를 추고 있는 간판의 왈츠 강습소에 도착했다. 안 에 들어가니 넓은 나무 바닥에 사방이 거울로 되어 있는 커다란 댄스 홀이 있었으며 현지인 남자 강사 한 분이 한국어로 ‘왼 쪽 오른발 뒤로 왼발’하면서 3박자의 아주 쉬운 왈츠 스텝을 알려주었다. 그 다음 단계로는 파트너와 함께 스텝을 맞추어 보 고 한 바퀴 도는 연습도 한 후, 친숙한 음악인 에델바이스에 맞춰 파트너와 멋진 파티장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왈츠를 추며 왈츠의 매력에 푹 빠져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강습 완료에 대한 왈 츠 수료증을 주었으며 우리 모두 이 가성비 좋은 왈츠 수료증 하나에 흥분과 행복감을 느끼며 그 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황금빛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벨베데레 궁전 안에는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가 있다. 이 미술관은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미술품들로 주로 세기 말과 아르누보 시대 오스트리아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특히 눈길을 끌만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에 곤실레의 ‘포옹’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는 풀꽃이 만발한 언덕 위에 두 연인이 키스를 하고 있는 모 습을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여 짧은 순간 강렬한 느낌을 주었으며 그 화려함과 예술성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트가 에밀레 플뢰게를 사랑하여 받친 그림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녀가 클림트의 사랑을 거부하지만, 이 그림 을 받고 난 후에 클림트의 사랑을 받아주었고, 그 후 그들은 플라토닉 사랑을 하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작 품을 간직하고 싶어 기념품 가게에서 ‘키스’ 작품의 액자 한 점을 구매하였다.

    SALM BRAU

    벨베데레 궁을 뒤로 하고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15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맥주 전문점이 나온다. 비엔나 도시 곳곳에 는 이렇게 전통이 있는 레스토랑이 많이 있다. 특히 이곳은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 손님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맛집 중의 맛집 이라고 한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앉으니 더운 여름 날씨에 딱 맞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서비스되었고 약간 쌉쌀하고 향 기로운 느낌의 이 맥주는 1인에 하나씩 놓여진 커다란 폭립 한 덩이와 안성맞춤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표시에 이 맥주가 2019년 Super taste award에서 최우수 맛으로 상을 받았다고 하니 더욱 시원하고 맛있는 느낌이 들었다.

    EKC 2019 비엔나 학회 참석

    이번 식문화 기행 중에는 여성과총과 함께 2019 유럽한인 과학자 학술대회(EKC)가 오스트리아 빈 대학(Vienna University) 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에서는 7월 17일 오후 세션에 참가하여 연구된 포스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재 오스트리아 한인과학자 협회와 한국식생활문화학회 간에 MOU를 체결하여 서로의 학문적 교류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3명의 유럽 한인 과학자들의 연구내용은 생물학, 건축학, 디자인분야를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들의 발표로 흥미를 끌었다. 마지막으 로 과학기술인 리더에 관한 토론 등이 있었는데, 조별로 과학기술인 리더에 관한 생각과 좋은 리더에 관한 토론을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학회를 마치고 3시간을 이동하여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잘츠브르크로 이동하였다.

    아름다운 전경이 있는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아침은 새 소리로 눈을 떠 호텔 밖 초록색 잔디 위 붉은 사과가 열린 사과나무를 바라보는 일로 시작되었다. 호 텔에서는 그 사과나무 아래 사과를 치우지 않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떨어진 사과는 새를 위한 먹이라고 한다. 이런 하나의 작은 배려가 이곳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았다.

    잘츠부르크 첫 일정은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호엔 잘츠부르크 성(독일어: Festung Hohensalzburg) 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Festungsberg 산의 꼭대기에 위치한 성이자 요새로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명에 따라 지어졌으며 유럽 에서 가장 큰 중세시대 성 중 하나이다.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 올라 내려다 본 그림같이 아름다운 잘츠부르크 전경은 우리 모 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내려오면 잘츠부르크 대 성당이 나오는데 이곳은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성당 으로 유명하며 하얀색 성당 천장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눈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워 사진기에 담아 오래 간직하고 싶을 정도였다.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을 느낄 수 있는 세인트 피터 레스토랑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세인트 피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2층으로 된 이 레스토랑은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가 안내 받은 방은 빨간색 벽, 흰 천장, 하얀색 식탁과 의자 그리고 그 위에 하얗게 빛나는 샹 들리에, 마치 오스트리아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개별 식당 공간이었다. 먼저 식전으로 최고급 쇠고기로 만든 고기 국물(Prime beef consomme)에 거친 입자의 단백질 함량이 많은 세모리나 밀가루로 만든 만두가 얹힌 음식이 나왔는데 이것은 마치 한국 에서 엄마의 따뜻한 만둣국을 먹는 느낌이었다. 메인으로 나온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은 오스트리아의 고기 요리로 연 육제 등을 이용해 고기를 연하게 한 뒤 밀가루, 빵가루, 달걀 등을 섞어 고기의 표면에 바르고 기름에 튀겨 완성하는 요리이 다.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에는 짜서 뿌려먹는 레몬 조각 하나, 구운 알감자 그리고 슈니첼 맛을 더해 줄 수 있는 상큼 달콤한 크렌베리 소스가 곁들여져 나왔다. 디저트로는 17세기 잘츠부르크의 대주교였던 볼프 디트리히 폰 하이테나우가 사랑 했던 여인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잘츠부르크 노케를(Salzburger Nockerl)이 제공되었다. 이 잘츠브르크 노케를은 달걀 노른자, 밀가루, 설탕, 바닐라로 얇은 반죽을 만들고 그 안에 흰자를 거품 내어 내용물과 함께 넣고 낮은 온도로 가열하여 위 에 슈가파우더를 뿌려 흰 눈으로 덮인 잘츠부르크의 논베르크, 묀히스베르크, 가히스베르크 산 모양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 디저트는 약간의 비릿함과 달콤함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에 있는 라즈베리 소스가 한층 상큼함을 더해 주는 맛이었다.

    바로크 양식의 미라벨 궁전

    잘츠부르크 신시가지의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한 여인 살로메를 위해 지었다고 한다. 이 궁전 은 그 앞에 펼쳐져 있는 정원으로 유명한데 정원 전체는 조화를 중시하는 듯하여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물과 많은 꽃들이 잘 장식되어 있었으며 중앙 분수 주위에는 리스 신화 속의 영웅 작품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이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Sound of Music)에서 여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면을 상상하며 정원 덩굴이 있는 후문 앞에서 영화 주인공 줄리 앤드루스(Julia Elizaveth Andrews)가 된 듯 포즈를 취해 보 았다. 또한 저 멀리 보이는 호엔 잘츠부르크성도 매우 아름다웠다.

    빙하가 녹아 아름다운 옥빛 호수를 만든 잘츠캄머굿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스트리아의 보석이라고 불리우는 도시 잘츠캄머굿!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 이에 위치한 잘츠캄머굿은 알프스의 산자락과 70여 개의 호수를 가지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마을이라고 한다. 잘츠캄 머굿의 진주로 꼽히는 곳이 할슈타트 호수인데 이곳은 모차르트의 외가가 있던 마을로 모차르트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많 은 곡들을 작곡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유람선을 타며 이 옥빛으로 빛나는 호수와 아름다운 주변 마을, 눈으로 덮인 산 등 그림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중세의 교역 중심 도시 린츠

    잘츠부르크에서 1시간 반을 달리면 오스트리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 린츠가 나온다. 일행은 이 도나우 강을 끼고 있는 아르 코테 호텔에서 짐을 풀고 1층 레스토랑 KE cafe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저녁 7시가 되었지만 해는 저물지 않았고 석양 무렵 도나우 강을 바라보면서 하는 저녁식사는 우리에게 더없는 행복감을 주었다. 저녁 식사로 식전 제공된 감자 스프에는 구운 베 이컨을 넣어 짭쪼롬함으로 식사 전 식욕을 돋우었다. 메인 메뉴는 리소토(risotto)위에 커다란 구운 연어스테이크가 제공되었는 데, 리소토는 팬에 버터를 두른 뒤 쌀을 볶다 화이트 와인과 육수를 넣고 졸여내는 음식으로 쌀의 가운데 있는 단단한 부위가 반 정도 남아있게 볶아 톡톡 터지는 쌀알과 부드러운 연어구이가 좋은 궁합을 이루었다. 또 식사에 제공된 오스트리아 맥주 스티겔(Stiegl)은 부드러운 라거 맥주로 내 인생 맥주 중 하나가 되었으며 마지막에 나온 부드러운 티라미슈 케이크 디저트는 우리에게 달콤함을 선사하였다.

    중세도시 체스키크롬로프( C esk y ¯ Krumlov)

    5일째 되는 날, 오스트리아를 떠나 체코로 향하였다. 체코에서 처음 도착한 곳은 체스키크롬로프 마을, 이곳은 프라하 시내 를 흘러내리는 블타바 강이 S자 형으로 완만하게 흐르는 강 언덕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체스키크롬로프 성은 체스키크롬로프 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이 마을은 르네상스 이후 바로크/로코코 시대에 지어진 3층짜리 건물들이 즐비하며 대게 주황색 지붕에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깔의 벽을 하고 있어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었다.

    필스너 브루어리 투어

    맥주의 도시 필젠에 도착하여 필스너 맥주 공장을 견학하였다. 맥주 공장 안 식당에서의 간단한 점심 식사로 프라하에서 꼭 먹어봐야 할 전통음식인 꼴레뇨(Koleno)를 맛보았다. 꼴레뇨는 돼지고기 무릎 한 부분을 통째로 구워주는 체코의 전통음식으 로 체코의 현지인들이 단연 첫 번째로 추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맥주 안주로 꼴레뇨보다 오히려 학센이라 는 독일식 족발 요리를 많이 떠올리는데 학센과 꼴레뇨는 맛이나 겉모양이 굉장히 닮아있지만, 레시피에는 차이가 있다. 학센은 장작불에 돼지족을 굽기만 하는 반면, 꼴레뇨는 돼지족을 맥주와 함께 삶은 뒤 구워 바삭한 느낌과 동시에 쫄깃한 식감을 얻 을 수 있다. 꼴레뇨의 느끼함을 필스너 우르켈 생맥주(draft beer)의 쌉쌀한 맛과 청량감으로 달래주며 맛있는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간단한 점심 후 본격적으로 필스너 부르어리 투어가 시작되었다. 처음 들어간 곳은 밀납 인형으로 예전의 맥주를 만 드는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었는데 우리는 그 곳에서 필스너 부르어리 투어에서 설명을 담당할 현지 가이드를 만날 수 있 었다. 그 가이드를 통해 맥주의 생산 공정에 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맥주는 먼저 보리를 발아시킨 몰트를 분쇄하여 여 과 탱크에 넣고 물을 부어 당분을 추출하며 여기서 추출된 맥아즙을 당화추출 탱크에서 끊이면서 홉을 첨가한다고 한다. 다시 침전 탱크에서 불순물과 홉 찌꺼기를 제거한 후 쿨러를 이용해 맥아즙을 적절한 온도로 낮추고 발효 탱크로 옮겨 효모를 첨 가하여 발효시킨 다음, 마지막으로 숙성탱크에서 맥주를 숙성시킨 후 불순물을 제거하고 완성된 맥주를 용기에 담는다고 한다 . 맥주 공장 투어를 마친 후 지하 시원한 맥주 창고로 들어가 은퇴한 노장 맥주 브루어리가 따라 주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그 날의 피로함을 씻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낭만의 도시 체코 프라하

    프라하의 중심지인 광장에는 유명한 천문 시계탑이 있다. 시계가 그려진 두 개의 원반 앞에는 각각 네 귀퉁이에 네 개의 조 각이 달려 있었는데 이는 허무와 탐욕, 죽음과 낭비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 시계탑은 매 시간마다 위 두 개의 창문이 열려 12 사도를 상징하는 인형들이 차례로 나왔으며 맨 마지막에는 시계 위쪽의 닭이 울면서 시간을 알려주었다.

    체코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프라하 성

    프라하 성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성 비투스 대성당이다. 1344년 카를 4세의 명령으로 프랑스 출신이었던 건축가 마티 아스(Mattias of Arras)의 설계로 착공을 시작해서 1352년 그가 죽게 되자 그의 아들과 당시 23세였던 페터 타를러(Peter Parler)가 뒤를 이어 작업을 맡았다고 한다. 후스 전쟁 때 잠시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성당을 짓는 작업은 계속되었고 마 침내 16세기 들어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이 모습을 나타냈으며 17세기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증축되었고 19~20세기에 들어와 건축가와 미술가들에 의해서 신고딕 양식으로 프라하의 지표가 될 만큼 규모가 큰 성당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성당 내부 에는 바츨라프의 왕관과 보석이 보관되어 있고 바츨라프의 무덤과 함께 지하에는 왕실 무덤도 있다고 한다. 성 비트 대성당은 무엇보다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데, 제단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세 번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르누보 양식으로 그려진 알폰스 무하의 작품이며 한 동안 그 아름다운 작품에 모두 감탄하였다. 성 밖에는 ‘황금 골목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방 골 목이 있었는데 궁 안에서 일하던 집사와 하인들, 궁에 물품을 납품하던 상인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한때 황금을 만들려는 연금 술사들이 이곳에 자리하면서 황금 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소설가 카프카의 집필실도 이곳에 있었다고 하며 현재 이곳은 아름다운 공방과 기념품 가게로 문과 집의 색이 형형색색으로 칠해져 있어 우리에게는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장 소가 되기도 하였다. 프라하 성 관광을 마친 후 프라하 시내를 도는 관광용 올드트램을 타기 위해 올드트램이 오기만을 기다 렸던 우리는 프라하의 강렬한 7월 햇볕으로 지쳐갔지만, 올드트램의 시원한 오렌지 주스와 아코디언 연주는 더위를 잊기에 충 분하였으며 트램 탑승 중간에 들려준 익숙한 멜로디의 한국 음악 연주에 한 목소리로 노래 가사를 불러 우리를 신명나게도 하 였다.

    V zátiŠí 2018 Michelin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 골목에서 조금 걷다보면, 보라색 간판이 우아한 레스토랑이 나온다. 레스토랑 입구 유리문에는 빨간 색 2018 Michelin 표시가 되어 있어 이곳에서의 저녁 식사가 우리는 더 기대되었다.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는 검은 벽에 전 반적으로 어두운 조명이었고 붉은색으로 칠한 커다란 그림이 포인트로 있었으며 체코에서 유명한 유리 공예가 창가 쪽에 놓 여져 있었다. 첫 번째 메뉴로 나온 계절 채소와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는 식전 입맛을 돋워 주었으며 메인 디쉬는 겉 표면이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단맛, 짠맛, 신맛, 부드러운 커리향을 전부 느낄 수 있는 농어 필렛 스테이크와 노란색 민몰리(Meenmoili) 코코넛 소스의 매쉬드 포테이토, 진한 밀도의 토마토 쳐트니(tomato chutney)가 어우러진 요리였다. 후식으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붉은색 야생베리 거품 소스를 올려놓은 디저트가 나왔는데 진한 야생베리의 상큼함과 부드러운 바닐라가 환 상적인 궁합을 보여주었다.

    중세 마을 미쿨로프의 와인너리

    체코의 마지막 여행지는 오스트리아 국경과 가까이 있는 중세 마을 미쿨로프(체코어: Mikulov)였다. 미쿨로프를 대표하는 장 소는 높은 언덕 위에 우뚝 선 바로크 성인데 미쿨로프의 역사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전통 와인 제조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 도 하였다. 미쿨로프 성의 와인 박물관에는 1643년부터 사용되었던 전통 와인 샐러(저장고)와 와인 제조 기계 전시관이 있었 다. 보통 8월에 수확하여 거두어들인 포도들은 와인 샐러로 이동하여 으깨지고 이산화유황(SO2)을 첨가하여 산화방지와 살균 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발효를 위해 이스트를 첨가하고 탄닌을 추출하기 위해 껍질과 주스를 부드럽게 짓무르는 과정 (Maceration)을 거친 후 껍질을 압착하여 1차 발효된 와인을 얻고 2차로 말로락틱 작용을 통해 와인의 산도를 줄이며 침전물, 앙금을 제거하여 통이나 오크향을 주기위해서는 오크통에서 숙성한다고 한다. 그 후 와인 메이커의 목적에 따라 브랜딩하고 와인을 깨끗하게 거른 후 병에 넣어 숙성을 시킨다고 한다. 와이너리 방문을 마친 후 근처 포도나무 정원이 아름다운 와이너 리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와 함께 여러 가지 와인을 마셔보았다. 식전에 빵과 2년 정도 숙성된 햇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이 나왔는데 두 와인 모두 중간 정도의 바디감(body), 산미(acidity), 과일향(fruit flavor)으로 식사 전 식욕을 돋우기에 충분하 였다. 식사로는 버섯스프, 베리류를 넣어 구운 치킨과 매쉬 포테이토, 디저트, 빵이 제공되었으며 하얀 수염의 인상 좋은 할아 버지 사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식사 중에는 아주 드라이(Dry)한 남자 와인을, 식사 후에는 달콤한 아이스 와인을 직접 서빙해 주셨다. 또 브랜디(과일주를 증류하여 만든 술)를 한 모금 뿜어내며 불쇼를 보여주셔서 마지막까지 우리의 여행을 화려하게 장 식해 주었다.

    이번 2019 EKC 동유럽 식문화기행은 다양한 프로그램, EKC 2019 비엔나 학회 참석 등 중부 동유럽의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참고자료

      illustrated Wine 2008

      맥주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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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erence